범죄성마저 삼켜버린 경제실정

      2024.04.23 19:30   수정 : 2024.04.23 19:30기사원문
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누구나 예측했던 대로 여당의 참패였다. 다선 의원의 험지 출마, '윤핵관'의 희생, '낙동강 하류 세력' 교체도 소용이 없었다.

옛말에 '광(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지표들이 너무 초라하다.
2%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한계기업이 3900여곳이나 된다.

이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원리금 상환을 수차례 유예해줬다. 금리가 낮은 대출 상품도 많이 출시됐다. 이로 인해 많은 한계기업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은행에서 제공한 3%대의 값싼 이자 덕분에 연명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2021년 7월부터 기준금리가 0.5%에서 점차 오르더니 지난 2월엔 3.5%까지 치솟았다. 더 이상의 상환유예는 어렵고, 덩달아 시장금리도 폭등했다. 특히 대다수 서민이 끼고 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1년 11월 3.5%대였는데 최근엔 7%를 돌파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3%를 넘었다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나 올라 시중은행이 서민의 고혈을 빨아 배를 불린다는 원성이 자자한데도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였다. 고위 당국자는 "3·4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은행권 전체 이익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제삼자적 의견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줄이도록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은 책임을 전가하는 화법으로 변명만 늘어 놓으니 유권자는 표로 심판한 것이다.

매월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자가 예전보다 두 배 이상 월급통장에서 매월 빠져나가는데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근시안적 사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경제팀은 대부분이 미국에 유학해 금융을 공부한 전문가들이다. 한국의 경제정책은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정책을 두루 고려해야 마땅하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수년째 마이너스 또는 0%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일본 기업은 엔저로 인해 영업이익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은 작년에도 기준금리를 3.85%에서 3.45%로 인하를 단행했다.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고금리 정책은 궁극적으로 부유한 자에게는 불로소득을, 가난한 자에게는 이자착취에 해당한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고금리는 소비자들이 소비권을 행사하기 전에 원천적으로 가처분소득을 축소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가지수는 현재 버블경기 이후 최고치를 실현하고 있고, 일본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500조엔을 넘어선 상태에다 해외 관광객은 넘쳐난다. 옆 나라의 경기는 이렇게 호황인데 우리 정책당국은 미국 정책당국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우리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금리인하를 단행해 '원저'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중소기업들에도 회생의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다.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과 기반을 갖춰야 했는데도 현 경제팀의 시선은 여전히 미국의 꽁무니만 쫓고 있는 듯해 답답하다.

이처럼 실패한 경제수장들이 또 이번에 다시 국회로, 행정부로,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전쟁에서 패한 장수들은 조용히 물러났어야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의해 여러 인재를 찾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차기 내각에서는 지연·학연에서 탈피해 청년·여성은 물론 야당 인사까지 문호를 대폭 넓히기 바란다. 기득권을 타파할 수 있는 혁신적 인재를 등용해 민생부터 살려야 한다.
더 이상 친구나 친구의 친구를 등용한다면 남은 재임기간은 모두에게 재앙이 될까 걱정스럽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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