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미국행 피하려 마지막 몸부림...또 항소
2024.04.24 10:43
수정 : 2024.04.24 10: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미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또다시 몬테네그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항소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한국과 미국 가운데 권도형이 최종적으로 재판을 받을 장소를 결정하게 된다.
발칸반도 몬테네그로의 일간지 비예스티는 23일(현지시간) 권도형의 현지 법률 대리인 고란 로디치·마리야 라둘로비치 변호사가 수도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권도형은 앞서 테라폼랩스를 설립해 ‘테라USD’와 ‘루나’ 가상자산을 발행했다. 두 가상자산 모두 2021~2022년 상반기 까지 큰 인기를 끌면서 시가총액이 400억달러(약 54조원)에 달했으나 2022년 5월 루나 가치 폭락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해당 사태로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으며 테라폼랩스가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가상자산 업체에 연쇄 붕괴 현상을 초래했다. 권도형은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잠적했다.
한국 검찰은 지난 2022년 9월 권도형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도형과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으며 미 검찰도 2023년 3월 권도형을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권도형은 2023년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가는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도형은 지난달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한국과 미국 모두 권도형을 송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결정을 바꿨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 2월 20일 미국의 범죄인 인도 공문이 한국의 공문보다 먼저 도착했다며 권도형을 미국에 보낸다고 결정했다.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에 권도형 측은 미국보다 한국행을 희망했다고 알려졌다.
권도형 측은 즉각 항소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3월 5일 항소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판결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1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결국 고등법원은 3월 7일 권도형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같은달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현지 대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요구했다. 대검찰청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이 법무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항소법원과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달 5일 판결에서 대검찰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고등법원은 지난 10일 발표에서 법적 요건이 충족되었다며 권도형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국에 대한 최종 결정은 법무장관이 내린다고 덧붙였다.
결국 권도형의 행선지는 다시 항소법원에서 다뤄야 한다. 항소법원이 대법원의 결정에 거스르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 만약 항소법원에서 권도형의 항소를 기각해 사법 절차를 끝낼 경우 권도형의 행선지는 법무장관의 손에서 최종 결정된다. 밀로비치는 지난해 11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권도형 인도와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권도형의 미국 송환을 암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