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백서 만드는 국민의힘..패배 화살 어디로?
2024.04.25 06:00
수정 : 2024.04.25 11: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을 위해 백서 제작에 착수한 가운데 책임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당은 내부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인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는 대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층 분석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백서 제작 작업이 전당대회 준비 기간과 맞물리는 만큼 용산 책임론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총선백서TF 단장을 맡은 조정훈 의원은 가장 먼저 당 소속 지역구 후보 254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총선 백서를 작성해 약 2년 뒤에 시행되는 지방선거 전까지 당을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에서 백서 준비와 관련해 "소위 MRI를 찍는 느낌으로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은 "총선 패배 원인을 두고 지금 백가쟁명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큰 틀에서는 용산이냐 당이냐 인물을 갖고 논의를 하기도 하고, 공약·전략, 또 여의도연구원이 어떤 역할을 했냐(를 두고 논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다만 "한 두 사람의 말발 센 사람들의 주장만으로 믿기에는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내놓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구 후보들과 총선 패배 원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계획 중이다. 당원·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도 고려된다.
조 의원에 따르면 이번 총선 백서에는 5개 개혁 과제와 로드맵이 담길 예정이다. 특정 인물에 대한 책임론에 집중하기보다 다각도로 유권자의 선택을 분석한 내용을 담겠다는 구상이다.
4년 전 패배 원인 다 나와있는데..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4년 전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관련 총선 백서를 작성한 바 있다.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공천 실패 △막말 논란 △재난지원급 지급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미흡 등을 21대 총선 패인으로 제시했다.
이중 상당수는 이번 총선에서도 반복된 문제다. 국민의힘은 거센 정권 심판론 속 중도층의 지지를 사로 잡을 전략을 구사하지 못했으며, 쇄신 없는 조용한 공천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도태우·장예찬 후보의 막말 논란이 커지자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고 있는 선거 막바지에 당 지도부가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건 것도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포퓰리즘성 현금 지원 정책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패배 원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의 압도적 승리 이후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라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저번 총선에서는 재난지원급이 민주당의 무기였다면 이번 총선에서도 민생지원금이 무기가 된 셈이다.
이처럼 지난 백서에서 패배 요인으로 지목된 문제가 4년 직후 총선에서도 반복된 만큼 이번 백서는 형식적인 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당 책임 몇 대 몇?
지난 백서의 최대 쟁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미흡'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었다.
이번 백서에서는 대통령실과 당의 책임 비율을 몇 대 몇으로 규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당내 소장파들은 대통령실의 책임을 100중 80으로 분석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 체제를 고집한 것을 비롯해 비례대표 공천 등 당의 전략이 부재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영남권 중심의 친윤석열계는 용산의 책임을 옅게 보는 반면 수도권 기반의 당선인 및 낙선자들을 의대 증원 관련 대응 등 구체적인 이슈를 거론하면서 세력을 넓히는 추세다. 백서 제작 과정에서 화살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중 누구를 향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