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과거 이수만이 SM 사장도 제안…하이브가 저를 배신한 것"
2024.04.25 15:58
수정 : 2024.04.25 15:58기사원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하이브 레이블이자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에게 SM 사장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는 법률대리인인 세종 측과 함께 2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날 민 대표는 "사담을 진지한 뭔가로 포장해서 저를 매도하는 의도가 궁금하다"라며 "저는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고 하이브가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저를 써먹을 만큼 써먹고 나서 우리 말 고분고분 안 듣지 해서 저를 찍어 누르기 위한 의도로 생각한다, 내가 무슨 죄가 있나, 일을 잘한 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냐면, SM을 그만뒀을 때 여러 의혹이 있었는데 제가 특이한 사람인 게, 일을 집요하게 했던 부분이 있었고 SM에서 나온 계기가 이수만 씨가 저 어렸을 때 굉장히 저를 영특하게 봐주셨던 것 같고, 기회도 주셨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참으면서 했고, 일을 확장하는데 몰두해서 힘들어도 퇴사를 못했던 것"이라며 "그렇게 일을 하다가 이수만 씨도 전보다 바뀌었고, 마음가짐도 그렇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고 저랑 안 맞을 것 같았고, 그러다 마지막에는 결이 안 맞으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 이수만 선생님에게 사업 계획을 말씀드리고 걸그룹 계획도 있었는데 그런 걸 얘기하면서 SM에서 등기이사 말고 자회사 사장을 해달라고 했다"라며 "새로운 걸 하려면 이 조직(SM)에서 안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SM에서 사장 제안을 받았으나 저는 사장이 목표가 아니고, 사장이 된다고 목적을 이루는 게 아니어서 뜻이 안 맞아서 나오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M에서) 사표 수리를 오래 안 해주셨다, 3개월 넘게 끌다가 12월 31일에 '저는 더 못해요'하고 나왔는데 계획은 없었고, 업을 떠날지 생각해 왔다"라며 "그러다 (퇴사) 이틀 만에 어느 분이 연락이 와서 '어떤 분이 희진님을 보고 싶어 하는데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고 해서 궁금해서 일주일 뒤에 만나 본 분이 방시혁 의장님이었다"고 전했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 2018년까지 재직했다. 이후 SM 퇴사 뒤 2019년 하이브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부터 어도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어도어 일부 임원들이 '탈(脫)하이브 시도' 정황에 감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하이브 어도어 이사진에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하지만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 하나의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의 신예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여러 부분을 카피했다며 이른바 '아일릿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뒤, 해임을 통보받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해 민희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 일부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25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갔다.
하이브는 또 이날 오후 추가 공개한 감사 과정 입장에서 민 대표가 심각한 '주술 경영'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했으며, 이 무속인은 민 대표의 가까운 친족이 혼령으로 접신한 상태라며 민 대표와 카카오톡으로 경영 전반을 코치해 왔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공개한 '주술 경영' 대화록에 따르면 해당 무속인은 지난 2021년 "3년 만에 회사를 가져오라"고 한다. 민 대표는 이 무속인에게 "방탄소년단이 군대를 갈까 안갈까"라고 물은 뒤 "걔들이 없는 게 나한테 더 이득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민 대표는 이 무속인에게 면접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유하며 채용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민 대표는 24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이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25일 고발할 것임을 알렸다.
한편 어도어는 지난 2021년 방시혁이 의장으로 있는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만들어진 회사다. 현재 민 대표는 어도어 주식 18%(57만 3160주)를 보유해 어도어 2대 주주다. 지난해 1분기 하이브는 100% 보유 중이던 어도어의 지분을 80%로 줄였다. 민 대표는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했다. 하이브는 나머지 2%도 어도어 경영진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