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진통, 더 이상 끌 수 없다

      2024.04.25 19:17   수정 : 2024.04.25 19:17기사원문
물리학에 '상전이(相轉移)'라는 개념이 있다. 고체에 열이 가해지면 액체가 되고, 열이 더 가해지면 액체가 기체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총선 참패로 현 정부의 위상이 그렇고,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 중에서, 특히 의료개혁 문제가 바로 상전이를 진행하는 와중에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난 2월 1일 정부의 의료개혁안 발표와 이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로 진통이 시작된 이래 지난 3개월 가까이 치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이미 국민과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 위험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대 교수들이 제출한 사표의 '자동사직'이 25일부터 개시됨에 따라 사태는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아졌다.


가장 큰 비용은 의료공백으로 인해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함으로써 받은 사회적 고통이며, 그 경제적 크기는 수련의가 있는 대학병원들의 의료수가가 첫 2개월간 4000억원 넘게 감소했다는 것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사태 발생 후 누적된 과중한 진료로 인해 교수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이른 것에 더해 25일로 자동사직 시한이 도래함에 따라 외래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의료공백 문제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의대 교육대란은 이번 학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장기간 의대 교육의 질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우선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로 인한 집단유급 또는 휴학 인정의 경우 내년 의과대학들은 2024년 유급생 3058명과 2025년 정원 3058명에 의료개혁으로 인한 증원을 최소 1000명으로 하더라도 최소 7116명이 같은 연차의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의대 6년과 인턴 및 전문의 과정도 함께해야 한다. 즉 3058명에서 7116명으로 늘어난 인원에 대해 임상실습이 중요한 의대 교육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병원들의 경영난 역시 심각한 문제다. 대학병원들은 3개월간 최소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며, 일부 병원은 이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임금삭감과 인력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학입시에서는 의대 모집정원이 확정되지 않음으로써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일대 혼란에 빠져 있다. 각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학칙을 개정해 모집정원을 확정하고,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 심의를 거쳐 5월 말까지 '신입생 수시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따라서 이달 말을 넘어서면 입시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정부는 2025년에 한해 증원된 정원의 50~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 증원을 허용하는 수정안을 발표했으며, 이번 주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여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수정안은 물론 의료개혁특위 참석도 거부했다. 따라서 의료개혁 진통은 한층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과 정부, 의료계가 감당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더욱 커지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료개혁 중단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계속 추진하겠다면, 의료개혁 추진으로 인한 이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해서 어떤 수습대안을 가지고 있는지도 밝혀야 마땅하다.

의료개혁 추진을 둘러싼 진통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하등의 설득력 있는 대책도 없이 의료개혁의 옭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허망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무조건 의료개혁 추진을 중단하여 일단 사태 악화를 멈추는 것이 절실한 선택인 동시에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 실패를 막는 길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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