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끈 '깜짝 성장', 낙관 국면은 아니다
2024.04.25 19:17
수정 : 2024.04.25 19:17기사원문
올 1·4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주역은 반도체 수출이다.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0.9% 성장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같은 기간 각각 6조6000억원, 2조886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건설투자가 2.7%, 민간소비가 0.8% 증가한 것도 GDP 성장에 한몫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례적으로 "4분기 연속 플러스는 2000년 이후 3차례뿐이었다"며 "성장 청신호"라고 치켜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기세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기재부 2.2%, 한은 2.1%)도 0.1~0.3%p 올릴 태세다.
그러나 1%대 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일 수 있어서다. 수출을 제외한 지표는 좋지 않다. 생산·내수 유발효과가 큰 설비투자는 0.8% 줄었고, 농림어업은 3.1%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는데, 여전히 부진하다.
대내외 환경을 보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중동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넘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커피 원두·팜유 등 식재료 수입물가는 더 오를 조짐이 보인다. 이런 대외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지 알기 어려워 지속적인 성장세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지표 호조가 체감경기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가 경제착시를 가져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수출이 호황이라고 해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신음하는 서민경제와 일자리, 내수·소비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금사과'가 된 과일 값이나 외식비, 사교육비 등 서민 체감물가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 1900조원의 가계빚에 이자 부담마저 늘어나니 가계의 소비여력은 더 쪼그라들었다. 기업들도 대출 이자비용이 늘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 재정에 의존한 내수부양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새벽시간 온라인판매 허용, 원격의료 확대 허용, 인공지능(AI) 생태계 육성 등 성장사업 규제를 해소해 재정 풀기가 아니어도 경제 역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번 GDP 반짝 성장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노동개혁 등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번 것과 같다. 신규 서비스업 활성화, 미래형 산업 구조조정 등에 여야가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의 국내투자가 계획서로 끝나지 않고 제때 제대로 실행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로 생산유발 효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이것이 경제의 선순환이고, 진정한 낙수효과다. 민생지원금 명목으로 국민에게 현금 몇 십만원 쥐여준다고 내수경기가 풀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정치권과 정책 담당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