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재선하면 '연준 길들이기' 착수할 수도...파월 교체?

      2024.04.27 00:05   수정 : 2024.04.27 00: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오는 11월 이후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을 길들이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깎아내고 정부 차원에서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일했던 공직자들과 새 각료 후보로 떠오른 공화당 인사들의 지지자들이 최근 모여 약 10쪽짜리 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에는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정책을 바꾸는 계획이 담겼다. 해당 계획은 극비로 논의되었고, 심지어 트럼프 정부의 전직 경제 관료들조차 해당 논의를 알지 못했다.


비밀리에 작성된 정책 초안에는 연준이 금리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대통령과 상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한 백악관이 재무부의 권한을 재검토하여 재무부의 연준 견제 능력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초안에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임기 종료 전에 쫒아내야 한다는 제안 역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의 임기는 2026년에 끝난다. 트럼프가 해당 초안에 대해 인지했거나 승인했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정부와 입법부로부터 독립을 유지하는 것은 현대 국가에서 매우 보편적인 일이다. 미 역대 대통령들은가급적 연준 정책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미 임기 당시부터 연준의 금리 정책을 공공연히 비난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취임한 파월은 과거 10년 가까이 진행됐던 경기부양용 통화 확대정책을 정상수준으로 되돌려 경기 과열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약 1년에 걸쳐 금리를 4차례 올렸다.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꾀했던 트럼프는 금리 인상으로 갚아야할 이자가 커져 부담이 늘었다.

트럼프는 2018년부터 파월의 금리 인상을 비난했고 2019년부터는 노골적으로 파월을 쫒아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은 같은해 6월 발표에서 "법에 의하면 내 임기는 분명히 4년이고 나는 완전히 이를 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에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같은해 파월을 다시 임용한다고 밝혔다. 파월은 2022년 2월부터 2번째 임기를 시작했고 코로나19에 따른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록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바이든 역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적어도 공개 석상에서는 파월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파월을 좋게 보지 않았다. 트럼프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파월이 2026년에 임기를 마치면 재임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와 연준 이야기를 나눴던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가 연준의 금리 결정 기구에 당연직 위원으로 대우받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인사들은 트럼프가 이러한 대우를 해줄 수 있는 연준 책임자를 원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만약 트럼프가 연준에 직접 개입할 뜻을 드러낸다면 민주당 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격렬한 반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WSJ를 통해 트럼프를 포함하여 어떤 대통령의 통화 정책 개입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4년이 아니라 50년을 생각해야 한다.
(연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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