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카드 흔드는 중국, 출범 앞둔 라이칭더 새 정부 견제
2024.04.29 00:03
수정 : 2024.04.29 00: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친중적인 대만 제1야당 국민당 대표단에게 선물을 안기면서 다음달 출범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정부를 견제하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28일 대만 관광 부분 허가를, 대만 세관측은 금지해온 대만산 일부 농산물과 수산물 수입 재개를 각각 중국을 방문중인 대만 대표단에게 통보했다. 푸쿤치 입법원(국회) 원내총소집인(원내대표)와 입법위원(국회의원) 등 17명으로 구성된 이들 대표단은 지난 26일 중국에 왔다.
28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의 라오취안 차관은 이날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푸젠성 주민의 대만 관광을 다시 허가한다고 통보했다. 라오 차관은 우선 대만을 마주하고 있는 푸젠성 주민의 (대만) 마쭈 관광과 푸젠성 푸저우 핑탄현에서 대만으로 가는 해상 직항로를 복원해 푸젠성 주민의 대만 단체 관광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푸젠성을 포함한 중국 대륙 거주자의 대만 개인 여행을 중지시켰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과의 통일에 반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웬 정권이 2016년에 발족하면서 양안 관계가 악화되자 이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한 것이다. 푸젠성은 대만을 마주보고 있다.
그는 "문화관광부는 일관되게 (중대) 양안 각계각층의 교류·협력을 지지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동포들이 대륙을 방문해 발전의 성과를 나누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20일 친미적인 민진당 정권의 재출범을 앞두고 국민당과의 관계 강화 및 새로 출범하는 라이칭더 정권 흔들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대만의 제1야당 국민당이 더 밀착하고 있다.
앞서 27일 중국 권력 서열 4위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책사로 알려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푸쿤치 원내총소집인 등 국민당 입법위원 등 대표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왕 정협 주석은 "우리는 모두 중국인으로 중화민족에 속하는 '양안은 한 가족'"이라며 "가족끼리 서로 자주 왕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푸 원내총소집인도 "2016년 이전의 양안 관계의 회복 및 양안의 대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국민당 입법위원이 17명이나 방중한 것은 지난 2001년 1월 허즈후이 국민당 입법원 서기장 등 30명이 방중한 이후 최대 인원이다.
중국은 2016년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와 접촉을 중단해왔다. 올해 1월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3연속 집권에 성공한 뒤로는 마 전 총통을 비롯, 친중 국민당 인사들과만 교류 중이다.
중국 당국이 국민당 대표단에게 대만산 농·수산품 수입 재개와 단체 관광 복원 등 경제 교류 확대 의사를 잇달아 밝힌 것은 앞으로도 국민당만을 대화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자오쩡롄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부서장은 이날 국민당 대표단을 만나 "92합의'견지와 '대만 독립' 반대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 위에서 국민당 및 대만의 관련 당사자와 함께 유자 등 대만 농·수산품 수입 회복에 관해 소통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92 합의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중국과 대만 국민당의 1992년 구두 합의이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중국의 관광 일부 복원 방침이 '상호 개방' 원칙에 어긋난다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전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륙은 오늘 양안 관광 단체의 쌍방향 교류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대만 건의에 조건을 다는 방식으로 응답했고, 개방 대상을 극도로 축소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 측의 언급이 푸젠성 주민의 대만 마쭈 단체 관광에만 한정됐고 진먼이나 펑후 등 다른 관광지는 빠져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