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도입되는 SM-3, 상층방어와 전략방어 관심 제고 계기되길
2024.04.30 06:00
수정 : 2024.04.30 06:00기사원문
북한과 협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던 노력은 실패로 끝났고 핵위협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한국은 자강과 외연에 기초에 핵위협에 대응해 왔다. 외연은 확장억제이고, 자강은 한국형 3축 체계이다. 소위 억제력 제고에 방점을 둔 접근법인 것이다. 물론 억제력이 높아지면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 때문이지만 이와 동시에 억제력 제고는 비핵화 목표 달성에도 유리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재래식 무기 기반의 한국형 3축 체계와 확장억제라는 투트랙 접근법은 자체 핵무장이 불러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최적의 조합이었겠지만 그렇다고 이 접근법이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대한 촘촘한 방어망 구축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한국의 북핵 방어망이 하층방어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단 한발이라도 떨어지면 파멸적 재앙을 초래한다. 촘촘한 다층방어가 필요한 이유다. 다층방어를 위해서는 40km 이하의 하층방어를 담당하는 PAC-3, 천궁뿐 아니라 그 이상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무기도 필요하다. 더욱이 지상기반 무기 외에도 해상 플랫폼에서 요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한국이 최초로 이지스급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전력화하면서 북한의 핵탑재 가능 미사일 탐지능력은 구축했지만 요격능력은 갖추지 못하는 불균형적 모습이 15년 넘게 흘러왔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군 당국은 뒤늦게나마 SM-6 도입을 결정했지만 엄밀히 말해 SM-6는 핵무기 요격보다는 함대 방어용 성격의 무기체계이고 요격고도도 35km로 하층방어 개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도 뚜렷했다.
한편 이러한 하층방어의 한계를 인식한 당국이 40-150km 고도의 중충방어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도 추진되었고, L-SAM 전력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150-500km 이상의 고도를 대상으로 하는 상층방어는 북핵 방어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관성에 제동을 걸고 북핵 대응에 상층방어도 포함시키는 정책적 변화가 가시화되었다. 지난 4월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고도 500km 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도입을 의결했다. 결국 SM-3 도입을 통해 한국형 3축 체계에 상층방어도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시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SM-3 도입 결정에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SM-3 도입이 미국의 MD 편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불필요한 우려도 불거진 바 있고, 고고도로 비행하는 북한의 ICBM은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SM-3는 불필요하다는 생뚱맞은 논리도 SM-3 도입을 가로막았다. 그 과정에 국가안보보다는 조직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관료정치도 가동된 것도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SM-3 도입이 결정된 이상 이러한 논란을 불식하고 이제는 한국형 3축 체계에 상층방어를 어떻게 정교화하고 작전적, 전략적 통합을 어떻게 이루어낼지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SM-3 전력화는 한국의 북핵 방어망 완성도 제고뿐 아니라 필요시 동맹국의 핵위협에도 역할이 가능한 무기체계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필요시 동맹국, 안보협력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무기체계 보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 제고를 의미한다. 즉 SM-3는 한국형 확장억제 요구 수준을 높이고 동맹국, 안보협력국이 북핵 문제에 우선순위를 높이는 레버리지로도 활용가능한 전략적 자산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강기반 북핵 방어망 완성도 제고,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 제공 등 다양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SM-3 도입을 계기로 ‘전략방어’ 개념을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