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美 '초저금리' 시대 저물어...인상 대비해야
2024.04.29 16:28
수정 : 2024.04.29 16: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약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곧 금리 결정에 나서는 가운데 앞으로는 '초저금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경제 환경이 변했다며 연준이 미래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팬데믹 이전 같은 0% 수준의 금리를 바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립금리' 올라, 인하 기준 달라져
중립금리는 경제학에서 등장하는 이론적인 금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중립금리가 팬데믹 이전보다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미 연준은 분기별로 장기 금리 예상치를 발표하며, 시장에서는 해당 수치가 연준이 추정한 중립금리라고 본다. 연준의 중립금리 중간값은 2012년 4.25%에서 2019년 2.5%로 내려갔다. WSJ는 해당 수치에서 당시 물가상승률(2%)를 제외한 실질 중립금리 추정치가 0.5%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지난달 해당 수치의 중간값을 0.6%로 높여 잡았다. 같은 달 FOMC 위원 18명 가운데 9명은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0.5%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실질 중립금리가 0.5% 초과라고 추정한 FOMC 위원은 2명에 불과했다. 연준 산하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과거 수년 동안 중립금리가 2.5%라고 주장했으나 지난달에는 이를 3%로 상향했다. WSJ는 중립금리가 올라간 이유로 정부 재정적자 급증, 청정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강력한 투자 수요 등을 지목했다. 또한 AI 발달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장기 경제 성장률과 중립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동결중인 연준은 기록적인 고금리에도 미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보며 중립금리가 올라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 헤지펀드 DE쇼의 크리스 도시 경제 조사 대표는 "도출 가능한 하나의 결론은 중립금리가 더 높다는 것이며, 다른 결론은 경제가 금리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투자자문사 뱅가드의 조 데이비스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고금리를) 유난히 잘 견뎌내고 있다"면서 10년 전이라면 예상하지 못했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 분기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더 높은 중립금리에 대한 확신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3~4%에서 안정 전망...더 오를 수도
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정책 정상화를 원하지만 정상이 어디를 의미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5.25~5.5% 구간인 미 기준금리에 대해 "5%대에 머무르지 않겠지만 2.5%로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준이 기준금리를 3∼4%에서 유지할 지 여부도 미정이다"이라고 밝혔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제공하는 시장분석도구인 페드워치로 미 기준금리 선물 거래인들의 매매형태를 분석한 결과, 거래인의 약 49.2%는 2025년 9월 기준 미국의 기준금리가 4.25~4.75% 사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준은 5월 1일 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5월 연준의 금리 동결 확률은 97.2%에 달했다. 이달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5% 올라 3개월 연속으로 시장 전망치를 넘겼다. 연준이 CPI보다 신뢰하는 물가지수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3월에 전년 대비 2.7% 올라 시장 전망치보다 높았다.
미 경제지 포천은 28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연준이 금리 동결을 넘어 인상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은 투자자 보고서에서 5월 1일 FOMC 회의 이후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은 "기자단이 파월을 그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그를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파월은 금리인상이 기본적 시나리오가 아니라 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파월이 이번 회의 이후 금리인하 전망을 축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올해 금리인하 배제 가능성이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상무부는 25일 발표에서 올해 1·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간 기준 1.6%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4분기(3.4%)나 시장 전망치(2.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처럼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올린다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물가상승까지 감안하면 '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은행은 관련 보고서에서 연준이 올해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며 올해 12월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