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전략위 "커리어·출산율 반비례는 후진국 특징...일·가정 양립 이뤄야"

      2024.04.29 15:16   수정 : 2024.04.29 15: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획재정부 자문기구에서 일·가정 양립의 실현을 저출산 대응의 핵심 정책으로 꼽았다. 최근 저출산 기조의 원인 가운데 가족보다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만큼 일시적인 재정 투입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미래전략포럼을 열고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중장기전략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진을 비롯해 각계 전문위원 20명으로 이뤄진 기재부의 자문기구다.


전략위는 우선 그간 현금성 지원에 치중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총 280조원을 지출한 바 있다.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과 인구는 꾸준히 우하향 중이다.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올해 0.7명 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고령 인구 비중이 올라감에 따라 사망자가 출생아 숫자를 뛰어넘으며 지난해 매달 평균 1만명씩 인구가 줄어들었다.

전략위는 "실증 분석이 없는 백화점식 대책으로 정책 실패가 반복됐다"며 “우리나라의 가족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연간 11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무리해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 OECD 회원국 분석 등에 따르면 GDP 대비 가족지출과 출산율 간 상관관계는 0.01에 불과하다. 가족지출이 높은 노르웨이(1.41명)보다 유급 육아휴직도 아직 제도화하지 않은 미국(1.78명)의 출산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족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경우, 출산율 제고효과는 0.055명에 그친다. 도시인구집중도(0.414명)나 청년층 고용률 상승(0.119명)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략위는 복지지출을 늘리는 그간의 정책에서 벗어나 노동·교육·지역 등의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전략위는 "과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우려하는 개발도상국이 받던 조언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였다"며 "여성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며 자연스럽게 출산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선진국 이전 단계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산율 반등을 이뤄내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같은 과거의 구조를 탈피한 국가들이다. 전략위는 “출산율 제고는 꼭 필요하지만 20~3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고, 당장 가용한 여성·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출산율 제고만 초점을 둔 1차원적 접근을 했는데 앞으로는 출산율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생산성을 동반 제고하는 다차원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가정 양립 여건을 조성할 경우 여성의 경제 활동 복귀를 통해 장기적인 노동 수급이 가능하다는 접근이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만큼 일을 지속하기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위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는 보통재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여유가 있는 만큼 더 많은 아이를 낳고,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면 보통재를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략위는 저출산 산업 전반에 대해 재정사업·조세지출 심층평가를 토대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현금성 재정·세제 지원을 통·폐합해 가족수당(가칭)을 신설하고 지급방식도 연도별로 통일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을 위해 현재 소득대체율 44.6%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으로 아빠 육아참여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략위는 공론화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조언을 연말에 기재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역대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인구위기가 경제 역동성을 저하시키고 이것이 다시 인구위기를 악화시키는 ‘인구-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