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발판 마련한 윤석열...野리더 입지 다진 이재명

      2024.04.29 19:06   수정 : 2024.04.29 19: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협력과 견제 관계인 대통령과 제1야당 수당의 첫 소통에, 정치권은 두 개인의 정치적 득실에 주목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국정 쇄신과 정국 반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향후 야당과의 협치를 적극적으로 꾀할 경우 남은 3년의 임기를 '야당의 반대는 발목 잡기'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등한 관계라는 그림을 그려내는 한편, 자신의 사법리스크도 완화시킨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192석의 범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자산을 확보한 양상이다.

■尹, 이미지 쇄신...李, 정치 자산 확보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첫 회동을 성사시키면서 두 사람 모두 치열한 대립 국면을 협치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던 여야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일단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측 모두 잃을 것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입법권은 없고, 행정권·예산권·인사권만 가지고 있는 반쪽 대통령이라는 현실이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적했던 독선과 오만, 불통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됐다"고 평가했다.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지도 주목된다. 최 평론가는 "이 대표와의 협치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지지율을 40~50%대로 끌어올리면 여소야대 정국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스스로의 '국민 대표성'을 부각했다. 국회의 한 축인 야당 대표로서 정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총선에서 대승했음에도 마음이 절박한 윤 대통령의 손을 잡아 주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평론가도 "이제는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서 가지 않아도 되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사법리스크를 완화했다는 긍정적 효과도 누리게 됐다. 최 평론가는 "2년간 자신을 사법리스크로 공세해 온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대등한 한 축이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아전인수 해석...野 "답답" 與 "협치 출발점"

다만 영수회담 이후에도 정국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승기를 잡은 야당은 입법 주도권을 더욱 강하게 쥐고 흔들 것이고, 정부·여당이 야당 요구 특검을 모두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다. 박 평론가는 "22대 총선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달라질 게 없다. 갈등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는 이날 회담이 끝난 후에도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영수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영수회담 소회를 묻는 박 대변인의 질문에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데 의의를 둬야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회담 태도를 직격한 것이다.

반면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생과 국정의 주요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소통의 장이자, 대화 정치 복원과 협치의 첫발을 떼는 출발점"이라고 회담 자체를 높게 평가했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의 평가는 아쉽다.
영수회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평가를 통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씌우려고 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해솔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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