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1토막 난 소비증가율' 한은 "IMF 실업 상처에 소비 위축'

      2024.04.30 14:15   수정 : 2024.04.30 14: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직장을 잃었던 경험이 장기적으로 가계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7년 외환 위기(IMF 사태) 직전 평균 8%대였던 소비증가율이 현재 2%대로 쪼그라든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30일 발간한 '실업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효과 분석-BOK경제연구'에서 이같이 말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가계소비가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비교적 크게 둔화된 후 이전 증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가계소비가 과거 충격의 영향을 받는 현상인 이른바 상흔 소비가 가계소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미시 자료를 사용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실업경험은 가계소비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음(-)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실업경험에 따른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소득전망이 중장기 가계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의 실업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1997년 외환 위기까지 평균 소비증가율은 8% 대였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4%로 반토막났다. 이후 소비증가율은 2%대로 더 쪼그라들었다.

상흔 소비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 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실업경험으로 지출을 줄이고, 이를 저축할 경우 소비자는 미래에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영준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국가 실업이 높은 상황에서 미래 소득과 자산이 감소에 대한 우려로 현재 소비를 줄이고, 자산 축적을 늘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실업 경험은 계층 별로는 소득 및 자산보유 취약계층의 가계 소비를 줄였고, 소비재별로는 선택재와 같은 비내구재 중심으로 상흔 소비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비내구재는 주로 1년 미만 사용되는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서적 및 문구, 차량연료 등의 상품을 의미한다.


최 연구위원은 "상흔 소비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했다"면서 "소득 취약 계층이 거시 충격 이후 장기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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