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료율 한도 일몰 연장 ‘예보법’ 폐기 위기

      2024.05.02 18:10   수정 : 2024.05.03 06:02기사원문
이달 말 21기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예금보험료율 한도 일몰 연장, 금융안정계정 법제화 등 금융안정을 위한 과제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들 안건에 대해선 여야가 상당한 합의를 이룬 상황이지만 논의할 자리가 없어 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위기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굵직한 과제들이 국회에 발이 묶인 채 기다리고 있다.



지금으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예보료율 한도 일몰 연장을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의 처리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료율의 최고 한도는 0.5%로 시행령에 따라 업권별 보험료율을 다르게 책정해 은행 0.08%, 금투 0.15%, 저축은행 0.40%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이 한도 규정은 오는 8월 31일 일몰돼 재연장되지 않으면 1998년 이전 예보료율인 은행 0.05%, 금투 0.10%, 저축은행 0.15%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특히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높인 저축은행 한도가 크게 낮아지게 된다. 이 경우 금융위기에 대비한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예금보험공사가 거둬들이는 보험료 수입이 연간 7000억원 가량 감소해 예보 기금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돼 규정 일몰 전 기한을 연장하려면 시일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일몰 기한을 기존 8월 31일에서 2027년 12월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지난 2월 정무위에 상정됐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임기 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예보 관계자는 "새로운 국회가 5~6월 초에 시작하면 상임위를 구성하고 기관 업무보고 받고 하려면 8월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며 "8월이 지나면 예전 요율로 돌아갔다가 길면 두어달 공백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양당에서 쟁점이 없다고 보고 있는 만큼 국회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

21대 국회 해산을 앞두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것은 금융안정계정 설치도 마찬가지다. 금융안정계정은 예금보험기금 등 일부를 활용해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금융회사가 위험에 처하면 예금보험공사가 예보기금 지원, 공적자금 조성 등을 할 수 있지만 사후적 대응에 그친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기금에 이 같은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지도 15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야 이견은 없어 국회가 열리기만 하면 되는데 국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다른 법안 통과에 우선순위가 밀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 역시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면 폐기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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