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메신저' 없는 日… "외국 플랫폼 의존 안돼" 경제안보 앞세워 통제

      2024.05.05 18:51   수정 : 2024.05.05 18: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네이버의 '라인야후 재팬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구한 일본 정부의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라인야후와 네이버가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확대됐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너무 많은 자국 정보를 가진 네이버'에 대한 견제를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와 관련해 시스템 분리를 약속하는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굳이 '자본관계(지분정리)를 재검토하라'며 이례적으로 2차 행정 지도를 내놨다.


이 지점에서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경영권을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현재 공동 소유)에 넘기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 법인을 세우고 라인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지난 2011년 6월이다. 같은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화 불통으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이 주목받으면서 라인도 일본에서 급성장했다.

이후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대형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는 라인을 타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전반을 확장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라인야후를 설립한 것은 2019년이다. 몇차례 지분 구조 변경을 거쳐 지난해 10월 양사는 50%씩 지분을 가진 A홀딩스를 세우고 라인야후를 운영해왔다.

문제는 일본에는 토종 메신저가 없고, 라인의 영향력과 의존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인을 이용하는 일본 이용자는 현재 약 9600만명에 달한다. 라인은 1억2000만명의 인구 중 스마트폰을 쓰는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이 사용하는 자타공인 '국민 메신저'가 됐다.

라인은 정보기술(IT) 산업이 뒤처진 일본 정부나 지자체의 디지털화를 일부 수행하는 역할도 해왔다. 기능도 갈수록 다양해져 행정 수속이나 결제 등 중요한 인프라로 거듭나며 일본 사회 구석구석으로 파고 들었다.
이는 최근 데이터와 정보가 더욱 중요해진 경제안보와 자국중심주의의 글로벌 흐름 속에선 양날의 칼이 됐다. 일본 사회에서 공적 인프라를 언제까지 한국 기업에 의존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입장에선 외국기업이 일본의 중요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니 불편한 건 당연하다"며 "일본은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정보유출 문제는 표면상 지분정리를 공식화하기 위한 좋은 명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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