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기다리지 않아"…도전 또 도전, 오정연의 프리 10년 ③
2024.05.06 07:01
수정 : 2024.05.06 07:01기사원문
[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안은재 기자 = 방송인 겸 배우 오정연은 도전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오정연은 지난 2006년 KBS 32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KBS 간판으로 활약해 오다 2015년 퇴사 후 햇수로 프리 10년차 방송인이 됐다. KBS 재직 당시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력과 똑 부러지는 깔끔한 진행, 단아한 미모로 주목받던 아나운서로, 각종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에서 '열일' 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오정연은 "방송을 다양하게 하면서 역량이 강화됐었지만 뭐든 너무 열심히 다 소화하느라 탈이 났었다"며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정을 쏟았던 당시를 돌이켰다.
퇴사 후에는 예상 밖 새로운 도전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워킹맘 육아대디'(2016)를 시작으로 '마인'(2021)과 '힘쎈여자 강남순'(2023) 등 드라마와 첫 영화 주연작인 '죽이러 간다'(2021) 그리고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2019) '리어왕'(2021) 등 연극까지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배우로서도 자리매김했다. 오정연은 이전과 전혀 다른 커리어에 도전하게 한 연기의 매력에 대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탐구하게 됐다"며 "새로운 내가 창조되는 진기한 경험이 흥미로웠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향한 열정 또한 그 누구 못지않다. 오정연은 "프리랜서를 해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연기를 만나 힘든 시기도 다 덮을 수 있을 만큼 행복했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 "배우로서 다채로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고 아직 그런 에너지가 많다"며 "무슨 역할을 맡든 결코 허투루 임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말로 앞으로 배우로서 그가 만날 작품과 선보일 연기도 기대하게 했다.
오정연을 [아나:바다]의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아나:바다】 오정현 편②에 이어>
-전현무, 최송현, 이지애 등 KBS 동기들도 많은 활약을 보여줬던 아나운서들이었다.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하다.
▶동기들이 KBS에서 알려진 친구들이라 서로 늘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신선하면서도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최송현 배우는 초창기부터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었는데, 힘들게 경쟁률을 뚫고 아나운서가 됐는데 그렇게 확신을 갖고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용기가 너무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현무 오빠는 처음부터 예능 MC의 그런 굳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한결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고 결국 이뤄내는 모습을 보고 '역시 목표가 있으면 가까이 가는구나' 느꼈다. 이지애 아나운서는 저와 대화도 정말 많이 했다. 마지막에 둘이 남아서 저는 '6시 내 고향'을, 언니가 '생생 정보통'을 할 때라 서로 대화도 많이 했었다. 언니는 정말 모범적인 아나운서였다. 동기 모두 험난한 방송 생활에서 굳건히 자기 모습을 지키면서 나아가는 게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더라. 여전히 서로 응원하고 종종 밥도 먹고 그렇게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어서 너무 큰 자산인 것 같다.
-보디 프로필을 찍어 화제가 됐다. 평소 투철한 자기관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디 프로필까지 도전하게 된 이유가 있나.
▶뭘 할 때 의도를 갖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뭔가 마음이 동하면 하는 스타일이다.(웃음) '강심장'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40대를 앞두고 30대 마지막 내 모습을 잘 남겨보고 싶었는데 못했고, 마흔살이 돼서도 결국 못했다. 사실 몸을 만든다는 게 안 해본 일이라 쉽지 않더라. 나이가 들면서 보디 밸런스도 많이 무너지고 자연스럽게 변화를 겪고 있지만, 그래도 보디 프로필 하나 찍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 계속 남아있더라. 이후 만 나이로 바뀌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하자'고 결심했고, 동네 헬스클럽을 알아보고 나서는 정말 운동도 열심히 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다.(웃음) 또 바이크를 좋아하다 보니 바이크와 콘셉트 사진도 찍어서 남기기도 했다.
-방송에 연기, 운동, 레이싱 등 부지런하면서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프리랜서를 하면서 생각도 안 했는데 하게 된 것도 많더라. 카페도 좋아서 하게 됐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일이 많이 들어왔었고, 바이크도 좋아서 탔는데 '트립 인 코리아'라는 예능도 하게 됐고,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는데 '나는 살아있다'에서 프리다이빙으로 먹을 걸 건져 온다든지 했었다. 운동도 생활처럼 하고 있는데 '골때녀'도 하게 됐다. 요즘 시대 방송인들은 내 자아나 내 삶 자체가 자연스럽게 방송과 연결되는 것 같다. 과거 (방송) 경력이 아무리 길고 많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냥 날 불러주길 기다리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한다.(웃음) 내 삶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경험으로 채워나가는 게 프리랜서가 해야 하는 일 같고, 그게 오래 방송하면서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
-방송인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한 조직 안에서 오래도록 꾸준히 전문성을 키우며 방송국을 대변하는 아나운서로 갈수록 인정받는 KBS 선후배들을 보면서 그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때는 외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당시 아나운서들이 지금보다 할 수 있는 더 많았던 것 같다. 맡겨주는 일도 많았고, 유명해지기도 비교적 쉬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 최근에도 후배들을 만나서 밥 먹고 얘길 들어보면 방송이 하고 싶은데 일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오히려 개인 방송을 많이 하려 하고 쇼츠도 많이 찍고 SNS 활동도 많이 하려고 한다더라. '내가 그 상황에 있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트렌드와 변화에 맞춰나가는 후배들이 너무 기특하다고, 응원해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나.
▶배우로서 정말 흔한 얘기지만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다채로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고 아직 그런 에너지가 너무 많다. 연기자로서는 배우 진경 씨의 모습을 보면서 롤모델을 삼아서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더라. 진경 배우는 어느 역할을 맡든 본인의 색깔이 드러나는 분이시더라. 저도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자기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방송인으로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스모킹 건'과 같은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취향이라 프로그램도 한번 해보고 싶다.
-대중들이 오정연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나.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그게 이뤄질지 모르겠다.(웃음) 저는 늘 방송에서 진솔해지려고 노력한다. 꾸미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늘 노력했던 것 같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뭔가 똑 부러질 것 같고 새침할 것 같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단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그걸 깨려고 20년 동안 노력해 온 것 같다. 입사 때도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 했을 때도 '친근한 방송인이 되고 싶다' '옆집 누나, 앞집 언니처럼 친근하고 편안하고 만만한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늘 초창기부터 얘길 했었다. 저는 그냥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냥 같이 나이 들어가는 방송인이다'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또 방송과 작품에서 무슨 역할을 맡든 결코 허투루 임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