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왔더니 아내가 문 안 열어줘" 우유 투입구에 불붙인 남편 '무죄'

      2024.05.07 06:29   수정 : 2024.05.07 06: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내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남편이 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남성이 아파트에 불을 저지를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아내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조승우)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은 5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발생했다. 당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집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아내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 문을 열 수 없었다.
아내는 술을 마시고 귀가한 A씨의 가정폭력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씨는 우유 투입구의 문을 열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현관문 내부를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아내가 즉시 물을 부은 덕분에 불은 1분도 되지 않아 꺼졌다. 하지만 현관문 내부가 그을렸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수사기관에서 “불을 붙인 것은 아내가 현관문을 열도록 겁주기 위해서였다”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A씨가 사람이 현존하는 건물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재판 결과, 법원은 A씨의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이 죄의 고의가 없다고 봤다.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하려면 불이 매개물을 떠나 건물 자체에 독립해서 타오를 가능성을 인식하는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붙인 이유는 배우자에게 겁을 줘 현관문을 열고 주거지로 들어가기 위함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파트 건물에 독립적으로 타오를 정도의 불을 붙이는 것은 목적 달성과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당시 불의 화력이 약해 화재방지 센서 등이 작동할 정도의 연기까진 나지 않았고, 아내가 물을 부어 쉽게 껐다”며 “집 앞 호실엔 다른 가족도 거주했는데, A씨가 불을 질러 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의도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봤다.


또 “현관문 근처에 소화기가 있다는 점도 A씨가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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