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사각지대'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방안 열릴까

      2024.05.08 06:00   수정 : 2024.05.08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중국 국적 재외동포 40대 A씨는 하루아침에 2년 가까이 살던 전셋집에서 쫓겨났다. 전세사기를 당한 뒤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이것이 헐값에 낙찰까지 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전세금 5000만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전세금은 20년 가까이 공장과 식료품점 등에서 내집 마련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면서 모은 피같은 돈이다.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 200여건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세사기 피해는 총 1만2928건이 발생했다.
이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피해는 전체의 1.6%인 211건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면, 외국인 전세사기 패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1년이 안 된 시점에 200건이 넘는 피해사례가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문제는 현행제도에서 외국인 전세사기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전세사기 피해를 인정받더라도 기금으로 조성되는 대출이나 주거 지원 등에선 제외된다. 긴급 주거 지원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임대주택 공급 등의 혜택의 대상이 규정상 내국인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국인 위주 정책이 전세사기피해자법에서 비롯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제정된 전세사기피해자법에서는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받을 수 있는 임차인은 자연인으로 한정돼 있어 법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구촌동포연대(KIN)는 이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외국인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신청접수가 돼야 확인할 수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긴급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들이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률상 '외국인' 못 박기
이에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해 향후 본회의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3일 전세사기피해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률상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받을 수 있는 임차인에 외국인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유권해석에서 외국인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같은 입법 아이디어를 내놓게 됐다"면서 "전세사기 피해 본 외국인을 포함해 내외국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21대국회 임기가 이달 말까지로여서 여야 합의로 이달 28일 본회의에서 합의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물론 6월부터 새로 구성되는 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해 심사 논의할 수는 있어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길이 완전 닫힌 것은 아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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