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작성 합의해 놓고… 의협 "회의록 부재는 위법" 공세
2024.05.07 18:18
수정 : 2024.05.07 18:18기사원문
■회의록 공방, 의정갈등 새 국면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 추진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 결정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등의 회의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보정심 회의 결과와 회의록 등 법원이 요구한 관련 자료를 오는 10일까지 법원에 충실히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증원 문제 등을 28차례 논의했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은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는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성명을 통해 "주요 회의는 공공기록물관리법에서 회의록을 의무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정심 회의록이 없음을 이미 밝혔던 복지부는 어디에서 일부 회의록을 가져다가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 회의록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를 둔 보정심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며 "정부는 서울고등법원의 요청에 따라 회의록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현안협의체는 복지부와 당시 의협과의 합의에 따라 회의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의료계, 복지부 장차관 고발
의료계는 '의대 증원 2000명'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대상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5명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지난 2월 6일 복지부 산하 보정심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2000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와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장 접수에 따라 공수처는 복지부 및 교육부 장차관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성립 여부 등을 들여다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할지는 미지수다. 설령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방임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해서다.
법원은 단순히 공무원의 업무태만 또는 착각에 따라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한 경우 직무유기죄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무유기죄에서의 '직무를 유기한 때'란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으로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주도적으로 직무를 저버렸다는 의식을 갖고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이번 고발과 별개로 결국 의대 증원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인 증원 집행정지 재판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오는 13~18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수처에서 고발장을 검토한 뒤 수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재판 결론이 나온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핵심은 이달 중순 법원이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지 여부"라며 "이번 고발은 결국 해당 재판을 앞두고 여론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