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인데 보험 하나는 들어야지"...어린이보험, 신계약 줄어도 원수보험료 5조원 돌파
2024.05.09 15:55
수정 : 2024.05.09 15: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저출산 영향으로 어린이보험 계약 건수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원수보험료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이 낮아져 가입 건수 자체는 증가율이 주춤하지만 '하나라도 귀하게 잘 키우자'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어린이보험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합계출산율 0.78명' 저출산 장기화에 어린이보험 新계약건수 감소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KB손보·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보)의 어린이보험 신(新)계약 건수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증가폭이 줄어들다가 2022년 감소 전환했다.
최근 6개년 어린이보험 신계약 건수가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데에는 저출산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동안 계약 건수가 증가세를 보였던 것은 어린이보험 가입연령 확대와 업셀링, 승환계약 영향이 크다. 지난 2018년 초 가입연령이 25세로 확대됐던 어린이보험은 2019년 초 30세로 늘어났고, 지난해 3월 이후 일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35~40세까지 늘어났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미리 태아보험을 들었다가 더 좋은 보장을 담은 상품이 있을 경우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갈아타는 계약 건수가 늘어나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이 어린이 특화상품에 성인이 가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가입연령이 높은 상품에 '어린이보험' 상품명 사용 제한 방침을 내리면서 신계약 건수가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올 1·4분기 신계약 건수는 금감원 조치의 영향을 받아 16만7578건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신계약 건수를 분기별로 나눈 22만5566건~28만4455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 "귀하게 키우자" 수요에 원수보험료 5조원 돌파...'가족보험' 확장성
계약 건수가 줄었지만 고객들의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2019년 3조2887억원 가량이었던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 시장 규모는 2023년 5조3246억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태어나는 아이 수가 줄어들면서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보험료를 많이 부담하려는 영향도 있다는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에 대한 보험 니즈가 많아지면서 2013년 이전에는 30세 만기 상품밖에 없던 어린이 보험 상품이 100세 만기로도 출시됐다"며 "만기가 길다 보면 비갱신형이라 보험료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부모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뉴(New) 마이 슈퍼스타' 보험에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 지원비와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치료비 등 신담보 7종을 포함한 자녀특화담보를 신설했다. KB손보는 'KB금쪽같은 자녀보험'에 기존 신체 및 마음건강 보장에 더해 자녀의 건강한 성장 관련 보장을 추가했다. 현대해상은 업계 최초로 교정치료를 보장하는 '굿앤굿어린이치아보험'을 내놨으며 메리츠화재는 보험료 납입면제 제도를 운영하는 '내Mom(맘)같은 우리아이보험·어린이보험'을, DB손보는 독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보장하는 아이러브플러스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보험사들이 저출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보험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가족단위 보험계약 건 확보도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설계사들이 부모와 계속 연락하게 되고, 자녀 보험뿐 아니라 부모의 자동차·운전자 보험 가입을 유도하거나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 성인 보험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할 수도 있다"며 "어린이보험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