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에 반도체 팔지마"… 인텔·퀄컴 수출면허 취소

      2024.05.08 18:09   수정 : 2024.05.08 18:09기사원문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인텔과 퀄컴에 내줬던 면허를 취소했다. 중국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화웨이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지만 어떤 행정부가 들어와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텔과 퀄컴에 내줬던 화웨이 반도체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면서 화웨이가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폰용 반도체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지난 4월 자사의 최초 AI 노트북 '메이트북 X 프로'에 인텔의 새로운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조치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놓고 상무부가 인텔에 민감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해 줬기 때문이라고 거세게 비판해왔다.

미 상무부는 구체적인 수출 면허 취소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화웨이에 대한 특정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고 확인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출 면허 등을 점검한다면서 계속 변화하는 위협 환경과 기술지형 역시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상무부가 수출 면허 취소 대상 업체들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미 화웨이에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등 강한 압박을 펼쳐왔지만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강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컨설팅업체 비컨글로벌스트래터지스의 수출통제 전문가 미건 해리스는 "이는 미 정부가 관련 사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보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중요한 대응"이라면서 "미 정부는 중국 기술로 인해 미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어 "미국의 강경 태도가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했던 업계와 외국 우방들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미국이 그럴 일은 없다는 확실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중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달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에게 중국에 반도체 관련 기술 수출을 엄격히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는 미·중국 간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하고 경제 분야에서 더 많은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최근 열린 홍콩 포럼에서 "세계 2대 강국인 미·중 간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맞대응)' 방식 대응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옌 원장은 이어 "트럼프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중국과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될 경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를 부과하겠다며 경고하고 있다.


옌 원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경쟁은 계속하겠지만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이해에 도달했다"면서도 "그런데도 그것이 양국 간의 경쟁이나 갈등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적 기술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과의 신냉전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면서도 '봉쇄조치'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맞대응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중국이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팃 포 탯' 전략은 상호 모방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양국 간 갈등 수위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옌 원장의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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