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의료계도 '원칙'만..의정갈등 재판 결과만 바라본다

      2024.05.12 14:02   수정 : 2024.05.12 14: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별다른 봉합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채 13주차에 접어들게 됐다.

1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계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요지부동'이고, 한 걸음 양보를 했던 정부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원칙적 정책 추진을 재확인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의·정 원칙만 재확인...갈등 여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부족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료계의 입장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화나 협상도 진전이 없다.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특위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료계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바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사직 투쟁에 나선 의대교수들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유예하고, 사실상 의대 증원 폭을 1500명 수준으로 하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도 더 이상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정부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의 길을 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의료계와 이 문제를 다뤘다"며 "자유민주주의적 설득의 방식에 따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도 국민들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대해 많은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해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윤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에 대해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금까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김윤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을 속여 진행했던 의대정원 문제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백지 상태에서 다시 논의해달라"며 "14만 의사들의 법정 단체인 의협에서 전공의, 의대교수, 개원의, 봉직의들과 함께 필수의료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포장지만 요란하고 국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이들은 이것을 개혁으로 포장해 국민과 의사들을 갈라놓고 정작 위험은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민들의 원망은 대통령이 뒤집어 쓰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도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아니라면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은 오는 20일을 전후로 복귀해야 내년 상반기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설령 돌아와도 인기과인 피부과나 성형외과로는 가겠지만 필수의료과로 가는 전공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재판 결과만 기다리는 '의·정'

꽉 막힌 의정갈등 속에 관심은 법원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으로 쏠리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및 배정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의료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정부에 2000명 의대증원 근거자료를 제출하고 요구했다.

법원은 제출한 회의 및 조사 자료 등을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 뒤 늦어도 이달 중순쯤에 의대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사실상 무산된다. 반면 법원이 기각 판단을 내릴 경우 정부 정책이 그대로 추진된다.


한편 의협은 지난 10일 의대정원 증원 및 배정 처분 집행정지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에 의사 2만730명, 의대생 1407명, 국민 및 의대생 학부모 2만69명 등 총 4만2206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의 잘못된 의대 정원 증원 및 배정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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