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제동 걸리나, 탄력 붙나…법원 판단에 쏠린 눈

      2024.05.12 13:35   수정 : 2024.05.12 13: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법정 공방이 이번 주에 일단락될 전망이다. 법원이 항고심에서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탄력이 붙겠지만, 반대로 인용된다면 의대 증원 방침은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이번 주 내에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부, 법원에 의대 증원 근거 제출…배정위 자료는 제외
정부는 기한(5월 10일)에 맞춰 법원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재판부가 정부 측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제출 자료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의료현안협의체 1차 회의 안건 및 관련 보도자료 등이 담겼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등 2000명 증원의 근거도 포함됐다.

다만 의료계가 요구했던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관련 회의록이나 의원 명단은 제출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이 논의된 회의체는 보정심, 의료현안협의체 등으로, 2000명 증원이 결정된 뒤 교육부 산하 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에서 학교별 배정이 논의됐다.

배정위 회의록을 두고 정부는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가 아니라면서 배정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회의 과정과 의원 구성 등을 모두 비공개했다. 이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위원 명단을 익명 처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정부가 실명 공개를 안 하더라도 의대교수인지, 어디 소속 공무원인지 표기해서 제출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한 명의 배정위 위원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측 대리인은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반박 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의대생·학부모·의사 등 4만여명은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부당하다"며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달 13~17일 항고심 결론 전망
항고심 재판부는 늦어도 17일까지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10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면, 그 다음 주에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항고심 재판부는 정부가 2000명 증원 결정을 내린 데 과학적·합리적 근거가 있었는지, 적법하게 내려진 처분인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집행을 정지하는 '인용'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각',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각하' 중 결정하게 된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신청인들의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항고심의 결정으로 의대 증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재항고를 통해 다시 판단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7월 초부터 일부 대학이 수시 모집을 시작하는 만큼 5월 말까지는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이 나야 하는데, 재항고할 경우 법원 결정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항고를 할 경우 입시전형이 확정된 이후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진다"며 "항고심 판단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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