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최저임금 심의, 구분 적용 관철돼야
2024.05.12 18:36
수정 : 2024.05.12 19:59기사원문
최저임금 심의는 지난달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위원 선정이 늦어지면서 당초 일정보다 20일 가까이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위촉된 공익위원 중 한 명을 두고 노동계는 정부 편향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어 시작부터 파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에 따라 정부가 선임하는 공익위원을 노동계가 입맛에 맞지 않다고 막무가내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유발하기보다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최선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일이 더 절실하다.
노동계는 고물가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 더욱이 지난해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작았다는 점을 들어 적극 공세를 펼 것이라고 한다. 올해 시간당 9860원인 최저임금은 1.4%(140원)만 올라도 1만원이 넘는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제도 시행 첫해 최저임금은 400원대였다. 이후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1993년 처음 1000원을 돌파했고, 20년 가까이 지난 2014년 5000원을 넘어섰다. 이를 돌아보아도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다. 지난 7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50%를 넘는다. 영세업체들이 사업장 형편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폐해는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바다. 저숙련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서민 생계까지 위협한다. 생산성이 낮은 업종은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안 돼 일할 사람을 더 이상 뽑지 않거나 폐업 수순을 밟는 게 보통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최대 6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급한 것이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방안이다. 법에서도 업종별 구분적용 규정이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첫해를 제외하고는 적용된 적이 없다. 노동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자고 경영계가 주장했지만 표결 끝에 결국 부결됐다.
올해는 외국인 돌봄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있어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엔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돌봄업종에선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제언을 했다. 외국인 돌봄인력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육아도우미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목적도 크다. 현행대로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가구당 육아부담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돌봄일자리를 간절히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득될 게 없다.
해외 주요국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시행 중이다. 사업장 환경이 같지 않은데 모든 업체에 단일한 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우리도 이제 낡은 관행을 떨어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지키고, 고용의 질도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