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구원투수' 은행권 "옥석 가리기로 선별지원...충당금 적립은 부담"
2024.05.13 17:03
수정 : 2024.05.13 1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보험업계와 최대 5조원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융통에 나선 은행권은 당국의 연착륙 유도방안에 대해 "사업 관계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실행방안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타 금융회사에 낮은 금리로 토지 매입자금을 빌려주는 공동대출에서 '사업성이 있는 곳에 대한 선별지원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출을 일으켰을 때 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해서는 부담이 큰 만큼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뉴머니' 공급 銀, 선별지원 방침...추가 인센티브 건의
은행권은 13일 발표된 부동산PF 연착륙 정책 방향과 관련 "공동대출 출자 부담은 있지만 부동산PF 연쇄부도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각론에 대해서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대책"이라며 "캠코펀드의 우선매수권이나 증액 공사비까지 보증해주는 내용을 볼 때 공공에서도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 사업장에는 추가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재구조화하는 큰 물 줄기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출자 주체인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5개 보험사에서는 금융당국과 임원 및 실무진 회의를 각각 진행해 공동대출 조성 방식과 재원 분담 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당기순이익과 충당금 적립금 등을 기준으로 출자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10개 금융사가 각자에게 할당된 비율만큼 대출해주는 캐피탈콜 방식이 될 것"이라며 "공동대출 조건과 금리, 수수료 등은 추후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사업성 재평가를 통해 옥석이 가려진 곳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 곳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있다 해도 무조건적으로 자금을 융통하거나 매입·인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브릿지론 규모를 고려할 때 '선별된 곳'에만 대출을 내줄 수 있고, 이에 따라 연착륙 성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PF 자금융통에 대한 당국의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서는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덜어줄 방안이 추가로 필요하다"라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시중은행들은 "평가 예외 기준과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 유예 및 완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더해져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숨 돌린 2금융권… 연착륙 관건은 '가격 조율'
저축은행권에서는 이번 부동산PF 연착륙 유도 정책이 '다행'이라면서도 충당금 추가 적립과 매매가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난다"면서 "다른 업권에 비해 손익이 안 좋다.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충당금 추가 적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자를 낸 저축은행들은 충당금 추가 적립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브릿지론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2금융권은 "재평가 과정에서 무 자르듯 사업성만 보는 것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공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를 못하거나 대내외 여건, 개별 사업장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매수자이자 신규자금 공급자인 은행·보험권과, 매도자인 2금융권에서는 모두 '가격 조율'이 연착륙 성공의 열쇠라고 지목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매수자들은 가격이 싼 물건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경공매 활성화로 물건이 더 많이 나올수록 양측 간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며 "신디케이트론이 이같은 관망세를 허물고 실제 경공매 낙찰로 이어진다면 연착륙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