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꿔야 중국이 보인다

      2024.05.14 18:06   수정 : 2024.05.14 18:06기사원문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는 4월 중순부터 3주일가량 전 세계에서 오는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큰길조차 차들로 꽉 막히고, 호텔 요금은 두 배 이상 뛴다. 시내 음식점과 상점들은 외지에서 온 이방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에서 (제품을) 못 구하면 아무 데서도 못 찾는다"는 말이 나오는 세계 최대 상품교역회로 자리잡은 캔톤페어,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때문이다. 1957년 시작해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씩 열려 지난번 행사가 135회였다.


'중국 무역의 척도'로 불리는데 전성기 때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공식 등록 해외 바이어만 21만명. 비공식적으로 다녀간 인원까지 40만명이 넘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3년 동안 중단됐다가 지난해 봄부터 재개됐다. 총전시면적은 축구장 210개 규모인 155만㎡, 2만86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입이 쩍 벌어지게 하는 규모다.

"핵폭탄 말고 다 있다"는 농담이 실감날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봄가을 3주일씩 열리는데 매주 참여제품이 바뀐다. 수출진흥을 위해 1957년 시작된 중국 제품의 판매 플랫폼이었지만, 2007년 101회 때부터 해외기업 전시도 허용됐다. 매주 700여개 해외기업의 전시 속에 우리 기업도 30여개씩 참여해 왔다. 계절별 교역회마다 100여개씩의 한국 기업들이 캔톤페어에서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었다.

지난 5일 폐막한 봄철 교역회를 찾았을 때 캔톤페어에서 활로를 찾는 한국 중소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중국이 깔아놓은 플랫폼을 타고, 중국 땅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었다. 한 부탄가스 기기 제조업체 대표는 "이곳에서 만난 바이어를 통해 지난해 아프리카 수출에서 대박을 쳤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전력과 연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취사용으로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었다. 판매 신장률이 300%를 넘어선 원동력을 여기서 찾았다.

북미와 유럽 바이어 수는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의 바이어들은 압도적으로 늘었다. 조직위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연관국가가 전체 해외 바이어의 64%를 차지한다"는 설명에서도 변화 추이를 엿볼 수 있다. 미국 견제 속에서도 글로벌 사우스에서 영향력과 생존공간을 넓히는 중국의 행보를 볼 수 있다. 중국의 힘은 캔톤페어 같은 교역회와 분야별 산업박람회가 100개 넘게 중국 전역에서 일년 내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행사로 성장한 하이커우 국제소비재박람회, 홍콩 주얼리전시회, 상하이 의약품전시회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지난달 25일 개막해 4일 폐막한 베이징모터쇼도 상하이모터쇼와 함께 전기자동차(EV) 등 새 영역에서 활로를 연 중국식 돌파를 확인하게 했다.

"왜 중국을 떠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광둥성 둥관의 한 한국 봉제업체 대표는 "여전히 세계 각지의 주요 바이어 요구를 맞춰 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광저우 리완구 패션거리에 최근 매장을 연 동대문amp의 김정현 대표는 "원단부터 숙련공까지 공급망이 충족되는 유일한 곳"이라고 K패션의 승부를 이곳에서 건 이유를 설명했다.

13일 베이징을 찾은 조태열 외교장관과의 기업인 간담회에서 윤도선 CJ 중국 대표의 "앞으로 30년도 동반상승의 전략을 짤 수 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장으로 믿는다"는 발언도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은 기업의 모색을 본다.
알리, 테무 등 인터넷 플랫폼에서 캔톤페어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까지 중국이 깔아놓은 플랫폼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중국 시장은 달라진 것이지 사라진 게 아니다. 현지화와 달라진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더 큰 결실을 얻어 낸 기업이 적지 않다"는 김주철 코트라 광저우 관장의 말을 곱씹어 볼 만하다.
중국 시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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