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 한쪽 마비되고 발음 어눌해지면 바로 119 누르세요
2024.05.17 04:00
수정 : 2024.05.17 04:00기사원문
정종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16일 "뇌경색 치료는 시간이 관건"이라며 "얼마나 빨리 혈관을 뚫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신경학적 후유증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뇌혈관 폐색으로 뇌경색 발생
뇌경색은 뇌혈관 폐색에 의해 발생한다. 폐색된 혈관은 대부분 뇌동맥인데 대혈관과 소혈관으로 나눌 수 있다. 대혈관은 동맥경화가 핵심으로 대혈관 안쪽 벽(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내막이 두꺼워지면서 혈관이 좁아진다. 이로 인해 혈류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불안정한 내막으로부터 발생한 혈전이 떨어져나가면서 다른 뇌혈관을 폐색시킬 수도 있다. 소혈관은 고혈압이나 나이 등으로 인해 소혈관이 퇴행하며 폐색이 발생한다.
그 외 심장부정맥, 심부전 등 심장에서 혈전이 생성되어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뇌혈관 폐색이 생기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동맥박리, 선천성 혈관질환, 혈액 응고 질환, 암 등도 드물지 않은 원인이다.
뇌경색은 흔히 'FAST'라고 한다. 웃을 때 얼굴의 좌우 모양이 다른 얼굴 한쪽으로 마비가 있거나(Face),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마비되는 경우(Arms),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Speech)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때는 즉시(Time)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뇌경색의 증상과 관련해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증상이 '갑자기'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좁은 뇌혈관일지라도 항상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혈관이 폐색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정 교수는 "진짜 뇌졸중이냐, 아니면 그냥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탓에 생긴 증상이냐는 신경과 의사가 직접 진찰해야 확인 가능하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바로 응급실로 가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뇌경색은 어떻게 진단되나
뇌경색 확인을 위해서는 자기공명영상(MRI)이 필수다. MRI 영상을 통해 혈관 폐색으로 인한 '뇌 손상 부위'를 확인하는데, 특정 MRI 기법을 이용하면 1~2주 이내 뇌경색과 그 이전의 과거 뇌경색도 구분할 수도 있다.
또 뇌혈관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뇌혈관 촬영은 MRI와 CT 모두 가능하며 각각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CTA)이라 부른다. 혈관 촬영을 통해 대혈관의 전반적인 상태를 점검하며, 손상된 뇌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이상이 발견되면 뇌경색의 기전으로 간주하며 뇌경색으로 확진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는 이 과정에서 환자 상태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인공지능 모델을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이 모델은 환자의 뇌 MRI와 MRA를 자동으로 분석해 △뇌경색 부위 및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 △허혈성 병변 신호를 바탕으로 뇌경색 발생 시각을 예측 △측부순환을 자동 평가 △치료를 할 경우와 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예후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게 된다. 또한 혈관 폐색 원인이 되는 혈전 상태를 예측, 의사의 빠른 치료 결정을 돕는다. 관련 논문만 7편, 특허도 10개다.
■약물이나 수술로 혈전 제거
혈관이 막혔을 때 할 수 있는 치료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맥으로 이를 테면 '뚫어 뻥' 약을 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약으로도 안 뚫릴 때 동맥을 통해 들어가서 직접 혈전을 꺼내는 것이다. 경정맥 혈전용해술은 4시간 30분 이내에 온 환자에게만 적용하도록 돼 있다. 그 이후에 시행하면 뇌출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동맥내 혈전제거술 표준진료지침을 개정해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개정한 치료 시스템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허혈 손상부위가 70ml 이하에서 100ml 미만까지 치료 기준을 넓혔고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더 작은 동맥에 폐색이 발생한 환자 △기저동맥 폐색이 발생한 환자 △증상 발현 24시간 초과부터 72시간 이내 환자로 범위를 확대했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많이 치료하고, 불가피한 후유장애가 생기더라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병원에 되도록 빨리, 특히 증상이 발생한지 3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는게 관건이다. 병원 핫라인을 통해 119 구급팀은 직접 신경과 당직의에게 연결되며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또 급성뇌졸중전담팀을 구성해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신경과 교수 등 전문 의료진이 하나의 팀으로서 24시간 대응하고 있다. 응급실에도 전용병상 3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뇌졸중 집중 치료실도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뇌경색, 2차 예방 필요
이미 뇌경색을 경험한 환자들은 '2차 예방'이 필요하다. 아스피린을 포함한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등 약물치료를 하면서 더 이상 뇌경색을 겪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뇌경색 환자 10~30% 정도는 초기 신경학적 악화를 경험할 수 있다. 원래 뇌경색 부위가 커지거나 같은 기전에 의해 다른 부위에 새로운 뇌경색이 발생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뇌경색의 초기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초기에 치료를 잘하면 완벽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뇌경색 진단 후 초기 약물 치료와 재활 치료를 통해 손상된 뇌세포 자체가 되살아나지는 않지만 주변 뇌세포들이 그 역할을 대신 맡아서 하기 때문에 뇌기능은 이전처럼 회복될 수 있다.
뇌경색 발생전 1차예방방침, 뇌경색 진단 후 급성기 치료, 2차 예방법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전에는 뇌경색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의학이 발전하고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통합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시술 이후에도 병동에 입원하면 여러 검사를 통해 뇌경색의 원인을 찾고,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이후에도 재활의학과와 함께 재활 치료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