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이 최저임금도 못받아, 업종 차등 절박하다

      2024.05.16 18:13   수정 : 2024.05.16 18:13기사원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다시 3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6일 분석한 지난해 최저임금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총 301만여명으로, 2022년과 비교해 25만여명이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도 전년보다 올라 13.7%에 이른다.



최저임금은 법적으로 보장된 임금이다.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 두 가지 벌칙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형벌조항에도 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용자가 이렇게나 많은 것은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저임금법은 취약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되지 않게 하려면 현실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가 300만명까지 불어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의 최저임금 과속인상 영향이 크다. 2018년 이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뛰면서 2019년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가 338만명까지 치솟았다. 최저임금은 그 뒤에도 계속 가파르게 올랐다.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3년 연속 300만명대를 웃돌다가 2022년에서야 300만명대 아래로 내려왔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0년 초반에는 4%대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13.7%까지 오른 것은 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와 명목임금은 2001년과 비교하면 각각 69%, 159% 올랐다. 그사이 최저임금 인상 폭이 400%를 훌쩍 넘었다. 단기간 최저임금이 급상승한 탓에 자포자기 심정의 영세업체가 쏟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겹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자금사정은 말할 수 없이 나빠졌다. 이익도 내지 못하고 최저임금까지 감당 못해 결국 범법자 신세가 된 업체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정 업종, 소규모 업체에 최저임금 미만율이 특히 높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농림어업 근로자는 43%, 숙박음식점업은 37%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선 32%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였다. 결국 이런 문제는 전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지금의 낡은 최저임금 책정방식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영세업체가 지켜야 할 임금 수준을 중견·대형 기업과 동일하게 제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현행법상에도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1988년 제도 시행 첫해를 제외하고 적용된 적이 없다. 더욱이 저출산 해소방안 중 하나로 정부가 외국인 돌봄인력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돌봄업종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시급한 일이 됐다. 해외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 급등으로 한국 최저임금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고 한다. 대만, 홍콩, 일본을 모두 앞서고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과 비교해도 더 높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1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다.
지금 처한 현실을 적극 감안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노동계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그래야 가장 취약한 근로자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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