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년가장 된 것 같다..비효율적 예산 줄여라”
2024.05.17 17:20
수정 : 2024.05.17 19: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스스로 ‘소년가장’이 된 것 같다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건전재정 유지에 공을 들여왔음에도 국가채무는 급증해온 만큼 거듭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정부 재정을 살펴볼 때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 들 때가 있다”면서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지적을 거론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피치는 지난달 말 우리나라에 대해 국가채무 급증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50%가 넘은 점을 들면서,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긍정적 요인이 됐던 국가재정이 앞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수차례 밝혀온 건전재정을 재차 강조한 것이지만, 다른 점은 국민이 체감할 민생 회복에 재정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효율화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결국 민생 회복이 부족한 데 원인이 있다는 인식에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저와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고, 지난 2년 나름 성과도 거뒀지만 지금은 부족한 일들을 먼저 살펴야 할 때”라며 “저는 취임 후 해온 일들을 돌아보며 앞으로 무엇을 바꾸고 3년의 국정을 운영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서 초심을 다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 출범 당시 6%대 고물가와 세계적 고금리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방만하게 돈을 풀지 않고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 것, 규제완화와 민간투자 확대로 민간 중심 경제운영을 추진한 건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하지만 곳곳에 불확실성이 남았고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의 재정운영은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가 강조하는 건전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다.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으로, 그래야만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각 부처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 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재정 효율화를 통해 효과적인 지출을 해야 하는 정책들도 직접 짚기도 했다.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한 재정사업 개선 △국가 R&D(연구·개발)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폐지를 통한 투자 규모 대폭 확충 △어르신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확대 △경련단절여성과 노동약자 청년들을 위한 고용·복지·금융 서비스 △저소득가정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대폭 확충과 폴리텍 등 직업교육 확대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적극 재정투자 등이다.
이 중 R&D 예타 폐지는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대규모 연구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급 인사들, 국민의힘에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참모진이 참석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