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는 코스닥, 가치는 외려 떨어져...내실 다지기 과제로

      2024.05.19 15:28   수정 : 2024.05.19 15: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판 나스닥'으로 기업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코스닥시장이 '2류 시장'으로 추락하고 있다. 상장기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외려 감소하는 등 덩치에 비해 제값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표 기업들이 연달아 코스피시장으로 이사가면서 코스닥시장에는 '껍데기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기업 증가에도 시총 줄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 새로 입성한 기업은 19곳(스팩 제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2곳)과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95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새로 들어와 '역대 최다 상장' 기록을 썼고, 현재 추세라면 올해 이를 재차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상장기업 수는 늘고 있지만 시총은 오히려 즐어드는 추세다. 코스닥의 시총은 408조2314억원(스팩·외국주권·주식예탁증권 제외)으로 지난해 말(427조8226억원)에 비해 4.58%(19조5912억원) 축소됐다. 스팩 등을 포함해도 지난해 말 431조7923억원에서 412조6455억원으로 2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신규상장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데다 시총 상위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신규상장 기업 19곳 가운데 9곳은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고, 6곳은 15% 넘게 하락한 상태다. 코스닥시장의 '간판'으로 시총 1~2위에 올라 있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는 올해 26.22%, 22.95%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관리종목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관리종목 82곳 중에서 18곳은 상장 후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

입성 7개월 만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시큐레터가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상장한 위니아에이드도 지난해 10월 관리종목으로 편입돼 1년 4개월 만에 상폐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해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아도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만큼 상장 후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어들은 앞다퉈 코스피로

대표 기업들의 '엑소더스'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코스피시장으로 이전을 완료했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기업은 엘앤에프, HLB, 파라다이스, 에코프로비엠, 코스메카코리아 등 5곳이나 된다.

지난해에는 SK오션플랜트, 포스코DX, 나이스(NICE)평가정보, 비에이치 등 4곳이 코스피시장로 이사를 갔다. 코스피시장로 옮기면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코스닥시장에서 '뻥튀기 상장'이나 부정거래 등이 자주 발생한 탓에 신뢰도가 낮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파라다이스 측은 코스피시장 이전 결정에 대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 저변이 확대되는 등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 기업이 모두 이탈할 경우 코스닥시장의 내실이 크게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코프로비엠과 HLB는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1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시총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5곳이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이나 문제기업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여 코스닥시장의 신뢰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우량 기업들이 머무를 수 있는 유인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명대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코스닥시장의 진입 요건이 낮아 신규상장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실기업도 늘어나고 있어 상장이 늘어난다는 점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대형 기업들이 떠나면서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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