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샀는데...오르지 않는 주가, 속타는 투자자
2024.05.20 16:05
수정 : 2024.05.20 16:05기사원문
최근 한 달 간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매수가 급증한 종목들이 상승장에서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2700선 중반까지 오르며 강한 반등을 보였지만 빚을 내서 투자한 종목들이 오히려 '미운 오리'가 된 것이다. 개인들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늘어난 신용거래에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용물량 급증, 주가는 '…'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신용융잔잔고(16일 기준)는 총 19조4063억원 규모에 이른다. 코스피시장(10조2541억원)은 3월 중순 이후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코스닥시장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9조1522억원까지 늘었더.
최근 1개월 기준으로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신용융자잔고 증가 폭이 더 크다. 한 달 전에는 코스피 10조3970억원, 코스닥 8조9515억원이었다.
신용매수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다만, 최근 신용매수 증가 폭이 큰 종목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어긋나는 주가 흐름을 보인다.
계양전기의 경우 지난달 16일 신용잔고가 208주에 불과했지만 한 달 새 24만8099주로 급증했다. 주가는 1798원(4월 16일)에서 이달 2일 2555원까지 오르며 빚투가 성공하는 듯했으나 이후 급락하면서 1926원까지 내려왔다. 빚투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영풍제지도 1개월 동안 빚투가 급증했다. 750주였던 신용잔고가 한 달 만에 10만주를 넘어섰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주도 빚투가 크게 증가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16일 8105주에서 32만9643주로, 티웨이항공은 1만2961주에서 20만6283주로 불어났다. 두 종목 모두 주가 흐름은 비슷하다. 이달 들어 급격한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중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주가는 한 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다.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급락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도 반등을 겨냥한 빚투가 몰렸다. 지난달 16일 3만3869주에 그쳤지만 이달 16일 52만5345주로 확대됐다. 6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4만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수익을 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거래비중 10% 이상 종목 속출
빚투가 하루 거래량의 10%를 넘는 종목도 나왔다. 이수스페셜티케미칼은 지난 7일 이후 하루를 제외한 7거래일에 빚투가 10%를 넘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최근 9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에서 신용거래 비율이 10%를 웃돈다.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빙그레 역시 빚투의 비중이 적지 않다. 지난달 16일 이후 20거래일 가운데 신용거래 비중이 10% 이상인 거래일이 17거래일에 달한다. 특히 이달 14~17일에는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신용융자거래는 주가가 급락할 경우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매수는 일정률의 보증금만 지급하고 훨씬 많은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투자원금의 상당 부분 또는 투자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