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의에 국가안보 맡기면 큰 문제… 북핵 억제가 최우선"
2024.05.20 18:03
수정 : 2024.05.20 18:03기사원문
우선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함께 대화를 제의했음에도 북한이 아무런 호응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 나서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합의에서 한국·미국·일본 정상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 촉구했지만, 북한은 일절 호응하지 않고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남북대화 재개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지금처럼 도발과 적대적 자세를 그만두고 하루빨리 대화에 나오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도 "(다만) 남북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 그리고 이산가족·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등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비핵화와 인권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북핵 위협이 명확한데도 북한의 선의에 의지해 대화를 하면 자칫 안보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지난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을 두고 "협상 실패는 북핵 문제를 야기한 북한에 있는 것이 분명하고, 북한의 소극적인 협상자세 때문이라는 게 협상에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 당국자들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북한 비핵화 실패의 책임을 동맹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핵·미사일을 개발해 우리를 위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을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세를 오판하게 된다"며 "북한의 선의에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맡긴다면 큰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1938년 뮌헨회담에서 독일이 유화적인 입장을 전한 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례를 들었다. 이어 "(이 때문에) 북한의 의도와 능력을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북핵을 억제하는 것이 첫째다. 군사능력에 대해 우리가 분명한 대비책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확장억제를 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위한 다른 복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의도는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의지해선 안 되고, 군사능력에 대한 확고한 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북핵 억지력 강화가 핵무장에까지 이르진 않는다는 게 통일부의 입장이다. 이 고위 당국자는 "캠프데이비드 합의의 의미는 대한민국이 국제질서의 소비자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기조에서 보면 NPT(핵확산금지조약) 레짐이 규정하는 규범을 지키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8월 15일 광복절 즈음 발표될 전망인 새로운 통일담론, 즉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에 관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자유주의 강조에 더해 국제협력을 더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새 통일담론의 시기와 형식은 정해진 바가 없지만 내용은 전반적인 흐름은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의 지향점을 담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라며 "동시에 통일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연대·협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강조될 것이다.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균형에 기여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설득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