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이란… 하메네이 후계 불투명, 권력투쟁 벌이나

      2024.05.21 18:10   수정 : 2024.05.21 18:10기사원문
이란에서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던 대통령이 사고로 숨지면서 본격적인 장례 및 승계 절차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외교 및 중동 정책이 어차피 최고지도자의 손에 달린 만큼 대통령의 사망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 최고지도자 후보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권력 투쟁과 민심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23일 장례, 美 등 애도 행렬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일(현지시간) 앞으로 5일 동안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하메네이는 12명의 부통령 중 제1부통령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모크베르를 대통령 대행으로 임명했다.
이란의 모흐센 만수리 행정담당 부통령은 21~23일 라이시 및 사망자들의 장례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 정부는 20일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애도 성명을 냈다. 국무부는 "추락 사고로 라이시와 아미르 압돌라히안 등 정부 대표단 일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같은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란 대통령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며 "충돌 사고 발생 배경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애도 성명이 그가 판사나 대통령으로서의 기록이나 그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사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20일 모크베르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이란 권력 투쟁 위기

미 뉴욕 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1일 오전 1시 기준으로 배럴당 79.22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0.73% 하락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석유 시장이 조용한 이유에 대해 이란의 외교 정책이 최고지도자의 독점 영역이며, 라이시의 사망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맞물려 20일 뉴욕 선물 시장에서 온스(31.1g)당 2454.2달러(약 334만원)까지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다.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닷미디어의 모하메드 알리 샤바니 편집자는 미 CNN을 통해 "이란이 지역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동맹과 협력 모두 현재와 비슷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역시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현상은 이란의 특이한 권력 구조 때문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을 몰아낸 뒤 성립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대통령보다 높은 종교인이 나라를 지배하는 신정국가다. 현재 국가 최고지도자, 종교 최고지도자, 군 최고 통수권자를 겸직하고 있는 하메네이는 대통령 인준·해임권을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입법과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최후의 의사결정권자다. 이란의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들이 맡으며 하메네이 역시 과거 이란의 3~4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올해 85세인 하메네이는 이미 고령에다 지병도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후계자로 키웠던 라이시가 사라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라이시 사망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에서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라이시의 사망으로 이란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평가받는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모즈타바가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는다면 세습 왕정을 타파했던 현 체제가 근간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대통령 후보 등록 기간, 6월 12~27일 대선 운동기간이라고 밝혔다.
선거일은 6월 28일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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