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 月206만원? 돈 더 드리고 한국인 쓰지"
2024.05.23 01:00
수정 : 2024.05.23 01:00기사원문
제도 도입 논의 초기에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가사도우미 모델을 예로 들며 월 100만여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최저임금이 적용돼 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고용노동부와 서울특별시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다음달 21일 국내에서 일할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를 완료한다.
정부는 이들이 7월 말 또는 8월 초 국내에 입국해 4주 간의 한국문화 교육 등을 거치고 9월께 현장에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하며 고용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에 소속돼 각 가정으로 출퇴근한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다는 점이다. 다만 전일제로 한 가정에 소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 최소 30시간의 근로시간을 보장받기로 했다.
만약 한 가정에서 1주일에 30시간을 고용할 경우 올해 최저임금 9860원을 적용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해 최소 월 154만원가량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만일 주40시간 고용하면 약 206만원의 비용이 든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논의를 가장 먼저 제안한 건 조정훈 국민의힘(전 시대전환)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해 3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되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대 5년 간 월 100만원의 비용을 주고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했고 논의가 급속도로 전개됐다.
하지만 최초 논의와는 달리 확정된 정부 계획안에는 최저임금 적용이 명시됐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의 실수요자인 부모들은 '주 40시간 풀타임으로 고용해야 그나마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데 206만원을 주고 고용할 여력이 되는 가정이 얼마나 되겠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시 사실상 한국인 혹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중국동포 등을 쓰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어 굳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쓸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보다 먼저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시간당 4290엔(약 3만7440원)이라는 비싼 이용료 때문에 사실상 가구 소득이 1000만엔 이상인 부유층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다만 정부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파트타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자체 수요조사 결과 대부분이 전일제보다는 하루 4시간 정도의 파트타임 사용을 선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시행해보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