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특허회사 차려 '친정' 삼성에 소송 건 前임원 '패소'

      2024.05.23 18:08   수정 : 2024.05.23 18:08기사원문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삼성전자 전 특허 담당 임원에게 '불법적으로 회사 기밀을 유출해 소송에 활용했다'며 철퇴를 내렸다. 재판부는 특허소송 기각 판결과 함께 이례적으로 '혐오스러운 행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원고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재소송 가능성도 원천 차단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삼성전자 특허 수장이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설립한 특허 에이전트회사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 LC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했다. 이날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안 전 부사장과 조모 전 수석이 '심각한 불법행위'와 '부정한 방법'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이들의 불법 행위를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명시했다. 또, "이들이 삼성의 기밀정보를 악용해 삼성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적시했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변호사로 삼성전자 내부에서 '특허통'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2019년 퇴직하고 2020년 시너지IP를 설립했다. 이듬해인 2021년, 삼성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번 특허소송을 두고 안 전 부사장 등이 불법적으로 삼성의 기밀자료를 도용해 제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이전 부하직원이었던 삼성 내 특허담당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 테키야와 관련된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이 삼성의 내부 기밀정보를 활용해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한 행위는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안 전 부사장과 조 전 수석이 삼성전자 재직 당시 회사 지원으로 미국 로스쿨 유학을 다녀왔고, 이를 통해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혜택을 받은 점도 지적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 소송을 담당하는 특허 전문 판사인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는 "안 전 부사장이 도용한 테키야 현황 보고 자료는 테키야 소송 관련 삼성의 종합적인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라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증언 녹취 과정에서 부정 취득 등의 사실을 부인하고 조 전 수석 및 삼성 내 특허담당 직원과 안티 포렌식 앱을 설치하고 말 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위증과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소송 중 변호사-의뢰인 특권에 따라 보호되는 삼성의 내부 기밀 자료를 삼성 내부 직원에게 지시해 2시간 만에 전달받는 등 '디스커버리(정식 공판 전 소송 당사자가 상대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나 서류를 공개하는 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전문가는 "판결문에 드러난 안 전 부사장 등의 영업비밀 누설과 부정사용 행위는 국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소송을 선계로 삼아 국내에서도 영업비밀 유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부사장은 기술유출 혐의로 한국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다.


미 재판부는 "불법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재소송이 불가능한 기각 판결이 사법 정의를 최선으로 구현하는 유일하고 적합한 구제책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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