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기레기" 썼다가 모욕죄, 대법 "사회상규상 위배되지 않아"
2024.05.24 09:11
수정 : 2024.05.24 09: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설기관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언론사 대표를 “거물급 기레기”라고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회상규상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천의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 B씨를 언급하며 “순천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할 수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B씨의 언론사는 부설로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했는데, 이 기관에서 2018년 3월 시행한 순천시장 적합도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의 연루를 의심했고, SNS상 언쟁 과정에서 문제의 댓글을 게시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사회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기자를 비하하는 ‘기레기’라는 표현이 형법상 금지되는 모욕적 표현이라는 판례를 2021년부터 유지하면서도, 객관적으로 타당한 사실을 전제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했다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로 판단해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