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입구 ‘꾀끼깡꼴끈’…안전 논란에 23일 밤 철거
2024.05.24 15:18
수정 : 2024.05.24 15:18기사원문
24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공단 도로시설팀은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터널 입구 위 설치된 해당 간판을 지난 23일 철거하기로 결정, 이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설치 사흘 만에 철거를 한 것이다.
이 문구는 지난 21일 설치 이후 여러 네티즌들로부터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구조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연터널을 진입하려는 운전자들이 간판을 보다 주의력이 낮아져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단 김동석 도로시설팀장은 “처음 설치할 때, 공공디자인 경영으로 시민 일상에 감성과 감동을 주고 삶을 살아가는 데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했다”며 “좋은 문구를 찾아내서 결정 후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자 시범적으로 대연터널 위에 우선 설치했었다. 다만 여론이 좀 안 좋게 나와 간판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특히 해당 문구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올 초 시무식에서 ‘공직자가 지녀야 할 5가지 덕목’으로 언급한 바 있어 더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 시장은 “공적 선의를 가진 존재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꾀(지혜), 끼(재능), 깡(용기), 꼴(디자인), 끈(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부산시당은 24일 성명을 내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시장이 한마디 했다고 이처럼 밑도 끝도 없고 알아듣기도 힘든 말을 터널 입구에 설치한 시설공단은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단 내부에서 문제 제기는 없었는지, 시장에 잘 보이기 위해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강행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공단 김 팀장은 “터널 위에 넣을 글자 수에 제약이 분명 있지 않나. 글자 수가 적으면서도 그 안에 함축된 의미는 풍부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찾는 과정을 거쳤다”며 “주철환 작가의 ‘시간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에 이 문구가 나온다. 공공 디자인 개선에 쓰려고 인터넷에서 문구를 찾다 보니 내용이 좋아 이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향후 부산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추진을 놓고 좀 더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팀장은 “다음에도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할지 여부는 모르지만 앞으로 시설 사업을 벌일 땐 보다 시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한 번 더 깊게 생각해 신중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