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력 숨긴 아내, 따지니 "숨긴게 아니라 말 안했을 뿐"…혼인취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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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사기 결혼일 경우 법원 판단을 받아 혼인무효가 가능하다.

사기에는 이혼 사실을 숨긴 채 결혼했거나 당사자도 모르게 혼인신고를 한 경우 등이 있다.

27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해외여행 중 만난 아내에게 반해 불같은 연애를 한 뒤 결혼을 약속, 혼인신고부터 했다가 아내의 이혼전력 사실을 알게 된 A 씨가 '혼인신고 취소가 가능한지'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아내와 자연스럽게 연애, 결혼까지 약속했다"는 A 씨는 "신혼부부 대출금리가 낮으니 대출을 받아 조그마한 아파트를 하나 사자는 아내 제의에 찬성, 혼인신고부터 하고 대출을 알아봤다"고 했다.

A 씨는 "혼인신고 후 어느 날 아내의 자취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혼인관계증명서에 아내의 이혼 사실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봤다"며 "아내에게 따져 물었더니 '숨긴 게 아니라, 말을 안 했을 뿐'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A 씨는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없다"면서 "혼인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방법을 구했다.

이준헌 변호사는 "아내가 이혼한 걸 숨기고 혼인한 건 부부간의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깨진 경우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의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는 이혼이 아닌 혼인 취소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즉 "민법 제816조 제3호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청구를 할 수 있다'에 해당한다"는 것.

이 변호사는 "배우자의 과거 혼인 및 이혼한 경력은 혼인 의사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속였고, 이에 속아서 혼인하게 된 경우라면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 씨 아내가 "속인 것이 아니라 말을 안 했을 뿐이다"고 변명한 것과 관련해 이 변호사는 "민법 제816조 제23호 '사기'에는 혼인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사기'로 본다고 돼 있다"며 "적극적으로 속인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고지하지 않거나 침묵하였다고 하더라도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변호사는 혼인 취소 사유로 △ 혼인 적령에 도달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혼인 △ 근친혼이거나 중혼 △ 혼인 당시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정신병 등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혼인취소 청구 기간과 관련해 이 변호사는 "사유에 따라 기간이 다르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 취소 청구는 사기를 안 날이나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기간을 넘겼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삼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며 혼인취소가 아닌 이혼청구만 가능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