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날 심야에 정찰위성 2호기 도발 시도.."신형로켓 1단 공중 폭발로 실패" 즉각 인정
2024.05.28 06:00
수정 : 2024.05.28 17:03기사원문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 27일 심야에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도발을 감행했지만, 공중폭발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북한도 정찰위성을 발사 시도 1시간 30여 분 만인 28일 새벽 0시 22분에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과정에서 신형 로켓 1단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발사 실패를 자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우리 군은 오늘 오후 10시 44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한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은 "이 발사체는 오후 10시 46분쯤 북한 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정상적인 비행 여부를 세부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이 발사체의 항적을 포착한 지 2분 만에 파편으로 탐지된 것으로 미루어 이번 정찰위성 추가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이례적으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폭발 실시간 영상'을 공개했다. 합참은 "서북도서지역에 전개한 우리 경비함정이 감시장비로 촬영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폭발 실시간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군의 독자적 실시간 정보정찰 감시 능력의 자신감을 일부나마 과시한 조치로 평가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폭발 등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서 쏜 발사체가 레이더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北, 일본 IMO에 새벽 기습 통보, 당일 심야 기습 발사 시도
북한은 앞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전날 새벽, 일본 정부에 기습적으로 '이날 0시부터 다음 달 4일 사이에 위성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북한은 통보 당일 바로 정찰위성 발사 감행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를 지켜보면서 정치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언제든 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군사정찰위성 2차례 시도와 궤도에 올린 1호기 발사 때 모두 국제기구 절차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 및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발사 예고기간을 통보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차례 만에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발사하면서는 IMO에 자신들이 통보한 '2023년 11월 22일 0시~12월 1일 0시 사이’ 보다 1시간17분 빠른 하루 전 11월 21일 심야시간대인 22시 42분 28초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북한이 시간을 어긴 것은 다음날인 22일 새벽 발사장 인근의 기상 예보가 나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당시 평북 동창리 일대의 날씨는 '2023년 11월 22일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흐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군은 북한의 도발 여부나 활동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정찰위성과 미사일 도발을 같이한다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軍, 북한 정찰위성 예고에 "강력 경고 이어 전투기 동원 타격훈련"
이 실장은 "북한이 오늘 소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국제기구에 통보했다"며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 행위이므로 우리 군은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또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중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지난 26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이 실장은 "북한은 2016년 풍선에 오물을 넣어 보내는 등 저급한 행동을 한 바 있어, 국민 여러분은 공중에 북한 풍선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셨을 경우에는 군부대나 경찰로 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군 당국은 아울러 "전단을 넣은 비닐이 한강 하구로 유입될 수도 있다"며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만지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지난 24일에도 "최근 북한 동창리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식별되고 있어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추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예고에 대응해 27일 오후 1시경부터 전방 중부지역 NFL(비행금지선) 이남에서 공군 F-35A, F-15K, KF-16 등 전투기 20여 대를 동원해 공격편대군 비행훈련 및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군 당국은 정찰위성 발사 시 우리 군의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경고에 이어 즉각 대응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번 공격편대군 훈련은 적 도발시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군은 미측과 공조 하에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활동을 추적해 왔고, 한미일 이지스 구축함을 국가별 지정된 해역에 사전 전개시켜 경보정보 공유체계를 가동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이어 "이번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과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재차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고 지적하고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중 정상회의서 한목소리 대북 규탄·비핵화 메시지 못내
외교부도 전날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국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이날 새벽 3자 유선(전화) 협의를 갖고 북한의 계획 통보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3국 대표는 협의에서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 기간 중 소위 위성 발사를 예고한 것을 규탄하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며 "북한이 어떠한 핑계를 대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는 당일에 일본에 군사위성 발사계획을 통보하고 발사를 시도한 것은 자신의 혈맹인 중국의 총리가 한국까지 달려와 한중 양자회담과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는 것데 대한 불만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일중 정상회의 후 공동성명에 북한 자신에 불리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적 속내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전날 본지에 "의장국인 한국은 북한의 전략적 노림수에 말려드는 결과에 직면하지 않도록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 규탄 성명이나 공동 북한 비핵화 메시지 등 단호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한일중 정상은 4년 반만에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를 규탄한 반면 리창 중국 총리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아 온도 차를 보였다. 다만 한일중 정상은 한목소리로 3국 협력과 이를 토대로 한 국제사회 평화를 위한 기여·협력을 다짐했다.
리 총리는 북한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은 대신 세계 다극화 추진과 집단화·진영화·무역보호주의·디커플링 등을 언급하며 반대를 표했다. 이는 중국과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 한·일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함께 중국을 군사·경제적으로 견제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분간 절치부심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차 발사 성공 실패에 앞서 두 차례의 실패 과정에서 재발사 때까진 2~3달 정도의 시간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중 3기의 군사정찰을 발사하겠다는 공언은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이번 북한 주장 정찰위성 2호기 실패를 만회하려는 예기치 못한 돌발적 국지도발 시도 등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군사 안보전문가들은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