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경제 시대, 문화예술교육 확대·강화가 답이다"
2024.05.27 15:39
수정 : 2024.05.27 17:10기사원문
핵개인화 시대에 돌봄경제가 급성장하는데도 한 개인의 온전한 성장을 돕는 돌봄 체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각종 돌봄이 필요한 가운데, ‘국가가 특히 아동 돌봄에 투자해야 하며, 이때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의사 출신 경제학자이자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인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23일 '제4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경제학적 관점에서 인생의 다양한 시기 중 어린시절에 투자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성취를 극대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영유아기, 비인지기능 개선 교육 중요"
김현철 교수는 “지난 20년 경제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묻는다면 ‘임신기간을 포함한 5세 미만 어린시절 환경의 지대한 중요성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린시절 불우한 환경은 불평등의 씨앗”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일류대학에 진학한 성공담은 예외적인 경우며, 불우한 환경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부연했다.
반면 건강한 물리적·가정환경 등은 성인기의 더 나은 삶과 연관성이 있다. 그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어린시절 말라리아 박멸사업의 혜택을 본 지역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임금이 크게 올랐는데 미국은 약 12%, 남미는 평균 25% 증가했다”며 “정부가 5세 미만 아이들, 특히 저소득층에 투자한다면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만 교수의 연구를 언급하며 “비인지기능 개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어린시절 환경을 개선한 영유아 조기교육 효과는 미국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페리 프리스쿨 프로그램’ 등에서 입증됐다”며 “특히 1960년대 미시간주에서 실시한 페리 프리스쿨 프로그램 효과는 상당했는데, 수혜자는 학업, 취업, 소득, 결혼, 건강, 범죄 등 모든 영역에서 훨씬 나은 삶을 살았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흔히 공부 잘하는 능력인 인지 기능보다 자존감, 참을성, 정서적 안정과 같은 비인지능력에 기인한다는 점이었다"며 "비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예술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아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하는데 단지 선언적인 구호만이 아니다. 김현철 교수는 “정책입안자와 경제학자는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기 마련”이라며 “임신기·아동에 대한 초기 투자가 직업 교육과 같은 성인기 투자에 비해 더 비용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아이들을 보호할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개선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돌봄 체계에 문화예술교육 확대 필요"
주제 발제에 나선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비인지능력 향상과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동의하며 정부 주도 돌봄 체계에 이러한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 난제인 높은 자살율, 고립 청년, 스토킹과 같은 대인관계 폭력 등은 갑자기 성인기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어린시절 이미 두뇌 발달에서 그 씨앗이 형성돼 서서히 각종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라며 “우리사회 마음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돌봄 지원이 어린시절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비인지적 역량 강화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며, 아동들에게 비인지 역량강화와 자기 주도적 삶의 행복감을 제공하기 위해선 문화예술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17~2018년 친족 성폭력 피해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심리검사를 거부하던 피해 청소년들이 예술심리치료를 통해 상처를 회복하고 자기효능감과 대인관계기술 등이 향상됐다”며 "교육, 예술, 심리, 의학 분야 전문성을 융합해 ‘미래형 마음 성장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령화사회에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선진적 시니어 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두희 고려대 명예교수 겸 베테랑소사이어티 대표는 “욜드, 액티브 시니어, 뉴그레이 등 활발한 사회생활을 즐기는 신노년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니즈도 강하다”며 “시니어 문화예술교육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학준 청년채움 대표는 “청년세대의 현실을 고려한 문화예술교육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202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팬데믹 이후 모든 국민의 정신 건강과 마음 돌봄의 측면에서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