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선구제 후회수'… 尹 거부권 행사 땐 폐기

      2024.05.28 18:54   수정 : 2024.05.28 18:54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실질적인 시행까지는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재원 확보, 채권 가치평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 재표결 절차를 밟을 수 없어 자동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선구제 후회수' 단독 처리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21대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선구제 후회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입한 뒤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매입을 신청하면 채권 매입기관이 채권을 매입한다. 채권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평균 30%가량) 이상이다. 법 통과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꾀하는 것은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것으로 야권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 활용방안과 보증금 채권 가치평가 기준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별법상 '선구제 후회수'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이다. 이 기금은 국민이 납입한 청약저축 금액과 부동산 취득 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비용으로 조성된다. 향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성 자금인 셈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기금 조성 목적과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법안 통과 직후 브리핑을 열고 "주무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하겠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하지 못해 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내용의 정부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원·가치평가 등 과제 산적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도 미흡해 현실적으로 시행하는 데 난관으로 꼽힌다.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의 가치는 경매 이후 정확한 가치평가가 이뤄진다. 하지만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경매 전에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제대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박 장관은 "피해주택의 복잡한 권리관계로 공정한 가치평가가 어려워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 매입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며 "채권 매입을 위한 예산 편성을 필요로 하는 등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재원 확보방안과 구상채권 회수, 전세계약 시 악용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재정의 불확실성이 크고, 채권 회수가 어려운 경우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전세계약 체결 시 주의하지 않고, 가격을 높게 책정해 전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를 입으면 국가에서 보상해주는 만큼 전세계약 수요가 늘어나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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