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법조계 ‘AI 갈등’...변협, 로펌 대표 등 책임자 징계 논의

      2024.05.29 16:30   수정 : 2024.05.29 16: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10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서비스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무법인뿐 아니라 대표변호사 등 책임자들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변협측은 대륙아주의 AI챗봇에 대해 변호사법 및 광고규정 위반 소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대륙아주측은 변협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정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사건이 제2의 '로톡 사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변호사 5명에 경위서 제출 요구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변협 내부 징계조사위원회는 ‘AI대륙아주’ 서비스와 관련해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및 홍보 담당 변호사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변협은 최근 홍보 담당 변호사와 함께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5명을 상대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를 넘어 AI 서비스 출시와 관련된 책임자 개인에 대해서도 징계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이다.

대륙아주 측은 각각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대표들을 일괄적으로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당하다며 징계 대상자를 특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변협에 전달했다.

추후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자들을 변협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가 나오게 되면, 이에 따라 징계위가 징계 여부 및 수위 등을 결정하게 된다.


다만 징계 의결이 되더라도 대륙아주 측이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법무부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불복할 수도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도 변협의 징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무부가 결론을 내리기까지 수년간 분쟁이 이어진 선례도 있다.

변협 "AI가 무료상담", 대륙아주 "법률상담 수준 아냐"
AI대륙아주는 지난 3월 대륙아주가 법무법인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AI 기반의 법률 Q&A 챗봇이다.

변협은 해당 서비스에 대해 변호사법 및 광고규정 위반 소지 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대륙아주 측은 지난달 경위서를 통해 변협이 제기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첫 번째 쟁점은 변호사법 위반 여부다. 변호사법 제34조 제5항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AI대륙아주의 경우 AI의 답변 하단에 네이버 변호사 광고가 노출되는데 변협은 이를 통해 대륙아주가 직·간접적 이익을 얻는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륙아주는 광고 행위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도 아닐뿐더러 대륙아주가 광고 노출과 관련한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 가능성도 쟁점으로 꼽힌다. 해당 규정은 변호사 등이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의 법률상담 방식에 의한 광고를 해선 안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다. 변협은 이를 근거로 AI대륙아주가 무료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대륙아주는 변협에 무료 서비스임을 표방하는 별도 광고를 한 사실이 없고, AI 답변이 일반적, 추상적인 법률 제공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냈다. 다시 말해 AI의 답변이 규정에서 금지하는 ‘법률상담’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협은 대륙아주가 AI 학습 과정에서 의뢰인 동의 없이 사건 등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법 및 변호사윤리장전의 품위유지 의무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대륙아주는“소속 변호사들이 기본적이고 추상적인 상황을 설정해 학습시켰다”며 고객의 사건을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AI서비스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이번 사태의 결론이 법률시장 내 AI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존엔 변호사집단인 변협과 비변호사 집단인 리걸테크 기업 간 분쟁이 있었다면, AI 서비스 확대로 전선이 엉키는 양상”이라며 “향후 변협 결정에 따라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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