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용서시고는 색(色)은 바꿀 수 있어도 O은 바꿀 수 없다
2024.06.01 06:00
수정 : 2024.06.01 06:00기사원문
먼 옛날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에는 서시(西施)라는 미녀가 있었다. 서시는 당시 어떤 산 아래에 있는 동서(東西)로 나누어진 마을에 살았다.
그런데 서시는 항상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항상 명치가 답답한 심하통(心下痛)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손을 명치에 모으고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도 그 미모는 어디 가질 않았고 남자들은 서시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서시와 같은 서쪽 마을에는 못생긴 여자가 한명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 왜 남자들인 서시를 저렇게 좋다고 쫓아다니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본 결과 찌푸린 얼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서 자신도 항상 두 손을 명치에 모으고 얼굴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런데 못생긴 얼굴을 찌푸리니 더 못생기게 보였다.
마을 남자들은 못생긴 여자가 밖에 나오면 모두들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결국 여자의 가족은 창피해서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고야 말았다.
어느 날은 서시가 강에서 명주실을 빨고 있는데, 물고기가 서시의 미모에 반해서 헤엄치는 것을 망각하고서 지느러미 움직이는 것을 멈추자 강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서시를 물고기도 가라앉히는 미모라고 해서 ‘침어(沈魚)’라는 병명을 지어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한 처자가 질투심이 생겼다. 처자는 얼굴이 못생겼을 뿐더러 피부에는 여드름도 많이 나 있었다. 처자는 혼자 있을 때 연못을 찾았다. 그런데 웬걸 물고기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푸드덕하면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
처자는 낙담한 나머지 자신의 어머니에게 자신도 서시처럼 예쁘고 고운 피부를 갖게 해달라고 졸랐다. 부인은 딸을 데리고 의원을 찾았다. 부인은 “의원님, 우리 딸아이가 서시처럼 예뻐지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방법이 좀 있겠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이 “내가 여식을 서시의 피부처럼 곱게 만들어 드리겠소. 바로 이름하여 옥용서시산(玉容西施散)이올시다. 이 처방은 얼굴에 나는 여드름, 주근깨, 기미, 검은 사마귀를 치료하는 효과가 좋소이다. 이 가루는 세안할 때 사용하고, 이 옥용서시고는 아침, 저녁으로 얼굴에 바르도록 하시오. 그럼 서시의 피부처럼 고와질 것이요.”라고 하면서 처방해줬다.
옥용서시산은 녹두, 백지, 백급, 백렴, 백강잠, 백부자, 천화분, 감송향(甘松香), 삼내자(三乃子, 감송향 열매), 모향(茅香), 영릉향(零陵香), 방풍, 고본, 조각 등을 곱게 가루내서 얼굴을 씻을 때 이 가루로 씻어 주는 처방이다. 이 처방을 약간 변경해서 고약으로 만든 것을 옥용서시고(玉容西施膏)라고 한다. 식용유와 밀랍을 함께 녹여서 연고로 만든 것이다.
부인의 딸은 의원의 처방대로 세안을 할 때 처방받은 가루약을 물에 개어서 자주 씻어줬다. 그러자 여드름도 들어가고 점차 피부가 깨끗해지더니 정말 백옥같은 피부가 되었다.
이후 처자는 어머니와 함께 연못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물고기들은 전보다 더 빨리 도망치기 바빴다.
부인은 약방에 가서 따졌다. “의원님의 말대로 우리 딸이 의원님의 처방을 열심히 사용했는데요. 피부는 좋아졌어도 서시처럼 예뻐지지 않으니 어떻게 된 것이요? 연못의 물고기는 더 빨리 도망쳤단 말이요.”
의원은 차분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옥용서시산은 얼굴의 피부를 곱게 해서 색(色)은 바꿀 수 있어도, 얼굴의 모양인 원래의 형(形)은 바꿀 수는 없소이다. 서시에게 심어(沈魚)라는 별명이 있다고 들었소만, 서시가 제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물고기가 서시를 보고는 헤엄치는 것을 멈춘다는 것이 말이 될 소리요? 바닥에 가라앉았다는 것은 놀라서 숨는 것이 분명한데, 이것이 어찌 물고기가 서시의 미모에 반한 것이겠소? 새 또한 서시를 보면 높이 날아가고, 고라니는 마구 도망가 숨어 버릴 것이요. 동물들에게는 미추(美醜)의 구별이 있을 수 없소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보다 마음에 있는 것 아니겠소.”라고 하는 것이다.
부인은 의원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래도 딸의 못생긴 얼굴은 고쳐지지 않았지만 피부가 고와졌으니 다행이었다. 부인도 딸 아이를 데리고 서시가 없는 옆 동네로 이사를 갔다.
당시 월나라와 오나라는 전쟁을 했단.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에게 패하자 미인계를 썼다. 서시를 오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기로 했다. 계획대로 부차는 서시에게 빠졌고, 서시를 위해 고소대(姑蘇臺) 연못을 만들고 향락만을 즐겨서 결국 멸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서시가 월나라로 돌아오자 구천의 부인은 구천이 서시의 미모에 빠질까 봐서 두려워서 “서시는 나라를 망하게는 외모이기에 죽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신하들을 시켜서 서시를 자루에 넣어 강물에 넣어 죽여버렸다.
이로써 나라를 멸망하게 하는 미모라는 ‘경국지색(傾國之色)’도 서시로부터 생긴 것이다.
서시가 죽은 강에는 복어와 조개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로 사람들은 강에서 잡은 복어의 배가 불룩한 모양을 보고서는 ‘서시유(西施乳, 서시의 유방)’이라고 불렀고, 강가에서 잡은 사합(沙蛤)이란 조개의 살이 하도 맛이 좋아서 ‘서시설(西施舌, 서기의 혀)’라고 불렀다. 이처럼 서시가 죽은 후에도 서시의 미모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심지어 처방이름에도 서시라는 이름이 들어갔다. 그러나 옥용서시산이나 옥용서시고라는 처방이름에 ’서시(西施)‘의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서시가 사용했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도 서시가 이 가루약이나 연고를 사용했다는 기록이나 근거는 없다.
옥용서시고(玉容西施膏). 효과를 떠나서 참으로 환자를 현혹하는 처방 이름이다. 옥용서시고를 바른다고 해서 서시처럼 예뻐질 것은 만무하다. 옥용서시고는 안색(顔色)을 좋게 할지언정 형(形)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 제목의 ○은 ‘형(形)’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출처
<장자(莊子) 천운(天運)>故西施病心而顰其里, 其里之醜人見之而美之, 歸亦捧心而顰其里. 其里之富人見之, 堅閉門而不出; 貧人見之, 挈妻子而去之走. 彼知顰美而不知顰之所以美. (고로 서시가 심하통이 있어서 그의 동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자, 그 동네에 사는 못생긴 여자가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고는 돌아와서 역시 두손을 가슴에 대고서는 남이 보는데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 마을의 부자는 그것을 보고는 문을 굳게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처자를 거느리고 다른 고장으로 달아났다. 그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찌푸림이 있음만을 알았지 찌푸린 얼굴이 아름다운 이유를 몰랐던 것입니다.)
<본초강목>河豚. 時珍曰︰今吳越最多. 狀如蝌蚪, 大者尺餘, 背色靑白. 有黃縷又, 無鱗無腮無膽, 腹下白而不光. 率以三頭相從爲一部. 彼人春月甚珍貴之, 尤重其腹腴, 呼爲西施乳. (복어. 이시진은 “지금은 오나라와 월나라 지역에 가장 많이 난다. 모양은 올챙이 같고, 큰 것은 1자여 정도이며, 등은 청흑색이다. 노란 줄무늬가 있고, 비늘, 아가미, 쓸개가 없으며, 배 아래가 희면서 반질반질하지는 않다. 대체로 세 마리가 모여서 하나의 집단을 이룬다. 그 지역 사람들은 봄에 이것을 매우 진귀한 음식으로 여기고, 배가 살진 것을 더욱 귀중하게 여기는데, ‘서시의 유방’이라 부른다.”라고 하였다.)
<본초강목습유>○ 介部. 西施舌. 屠本畯曰: 沙蛤土匙也, 產吳航, 似蛤蜊而長大, 有舌白色, 名西施舌. (갑각류. 서시설. 도본준은 “사합은 토시로 오항지역에서 난다. 합리와 비슷하면서 길고 크며, 흰색의 혀가 있으므로 서시설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동의보감>○ 面生一切風刺, 粉刺, 雀卵斑, 䵟, 黶子, 宜玉容散, 連翹散, 紅玉散, 玉容西施散, 皇帝塗容金面方, 玉容膏. (얼굴에 나는 일체의 여드름, 분가시, 주근깨, 기미, 검은 사마귀에는 옥용산, 연교산, 홍옥산, 옥용서시산, 황제도용금면방, 옥용고를 써야 한다.)
○ 玉容西施散. 治同上. 菉豆粉 二兩, 白芷, 白芨, 白斂, 白殭蚕, 白附子, 天花粉 各一兩, 甘松, 三乃子, 茅香 各五錢, 零陵香, 防風, 藁本 各二錢, 肥皂角 二錠. 右爲細末, 每洗面時用之, 面色如玉. (옥용서시산. 위와 같은 증상을 치료한다. 녹두가루 2냥, 백지, 백급, 백렴, 백강잠, 백부자, 천화분 각 1냥, 감송, 삼내자, 모향 각 5돈, 영릉향, 방풍, 고본 각 2돈, 조각 2개. 이 약들을 곱게 가루내어 얼굴을 씻을 때 쓰면 얼굴이 옥처럼 고와진다.)
○ 玉容膏. 一名玉容西施膏, 塗燥瘡. 黃芪, 當歸, 白芷, 川芎, 藿香, 零陵香, 白檀香, 香附子, 白斂, 白芍藥, 白芨, 杏仁 各一兩, 瓜蔞 一箇, 龍腦 二錢, 淸油 四斤, 黃蠟 一斤. 右除龍腦幷剉, 浸油中, 春五, 夏三, 秋七, 冬十日, 日滿, 於石器, 煎候白芷焦黃色, 乃去滓, 入蠟熔化, 又去滓, 入龍腦攪勻, 密封用之. 冬則蠟減半. (옥용고. 일명 옥용서시고이다. 조창에 바른다. 황기, 당귀, 백지, 천궁, 곽향, 영릉향, 백단향, 향부자, 백렴, 백작약, 백급, 행인 각 1냥, 과루실 1개, 용뇌 2돈, 식용유 4근, 황랍 1근. 이 약 중에 용뇌를 제외하고 모두 썰어 기름 속에 담그되, 봄에는 5일, 여름에는 3일, 가을에는 7일, 겨울에는 10일 동안 담근다. 담근 날을 채우면 돌그릇에 넣고 백지가 누렇게 탈 때까지 달이고 찌꺼기를 제거한다. 여기에 황랍을 넣고 녹인 후에 또 찌꺼기를 제거한다. 여기에 용뇌를 넣어 고르게 저은 후 밀봉하고 쓴다. 겨울에는 황랍을 반으로 줄인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