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한 中지방정부, 울산과 닮아… 산업교류 넓힐것"

      2024.05.29 17:57   수정 : 2024.05.29 18: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산둥성 칭다오(중국)=최수상 기자】 "양측 사이에 높은 벽이 세워져 있지만 이 벽을 눕히면 양측을 잇는 긴 다리가 된다. 앞으로 한중 지방정부 및 민간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면 그동안 가로막혔던 벽을 눕힐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일간 울산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지방정부와 교류 확대에 나섰던 김두겸 울산시장은 향후 두 나라 간 관계를 이렇게 비유를 들어 전망했다.

최근 성사된 한중 정상 간의 선언적 협약을 구체화시켜야 하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귀국을 앞두고 김 시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새의 깃이 쌓이다

김 시장은 '적우침주(積羽沈舟)'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가벼운 새의 깃털도 쌓이면 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시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 3국 정상이 4년 5개월만인 지난 27일 서울에서 만난 것은 3국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교류가 토대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한일중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을 위한 3국 정상회의의 정례 개최,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논의를 지속하고, 향후 10년간 3국의 지식재산 협력 비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기후변화 대응, 안전 분야 협력 등 3국 국민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협력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한중 양자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고 문화와 관광 부문은 물론 법률서비스까지 개방 폭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의 심화 속에서 멀어졌던 한중 간 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때마침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기간 중 울산시 대표단이 중국 창춘시와 허난성, 칭다오시 지방정부와 한층 강화된 교류 협약을 논의하면서 달라진 양국 간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특히 지난 24일 열린 울산시와 창춘시 간 자매도시 결연 30주년 기념식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온 지방정부 간 교류가 각국 중앙정부 간 관계 회복을 밑거름이 되어 준 본보기로 평가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30년 동안 울산시와 창춘시는 어느 도시보다 상호 원활한 소통을 해 왔으며,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도 끊임없이 교류 활동을 펼쳐오며 우의를 다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부가 제도와 정책 마련을 통해 공동선언문과 협력의 근거를 마련하면 이를 실행하는 것은 기업과 민간이며, 이를 뒷받침하거나 주도하는 것은 사실상 지방정부의 몫이다.

중앙정부의 외교와 지방정부의 외교는 다르다는 입장인 김 시장은 "중앙정부는 중국과의 관계가 다소 경색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지방정부는 문화, 관광, 경제, 민간교류 등 분야별 소통을 통해 상호 실익 추구의 목적에 맞게 실리적으로 교류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교육·문화 교류 확대

김 시장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울산시와 우호협력도시를 체결한 허난성, 울산시와 협력 강화에 나선 칭다오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중 정상회의에 전후 진행된 중국 내 교류 행사였지만 내용은 이번 서울 정상회의 결과와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울산시와 허난성 간 우호협력도시 체결식이 있기 하루 전날까지 리창 총리는 허난성 정저우시에 머물렀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중 정상회의 개최 며칠 전 한국과 지리적 가장 가까우면서 인적 왕래가 많은 칭다오시를 방문 중이었다. 리창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이들 지역을 상대로 지방정부 대외적 역할을 강조했고 이는 한중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둔 행보였다는 게 이 지역 주재 한국 기업인과 외교 라인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지린성 창춘시, 허난성, 산둥성 칭다오시는 이번 울산시 대표단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중국 중앙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 중심의 산업 교류는 물론이거니와 관광, 문화 등 민간교류의 확대 의지를 특별히 강조했다. 한국과 관계 회복을 위한 중국의 일원화된 기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시로서는 이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먼저 허난성과의 우호협력도시 체결에 따라 김 시장은 더욱 긴밀하게 상호 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허난성은 1억만 명에 가까운 중국 3위의 인구 규모와 풍부한 지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교통 물류의 거점지역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울산과 유사한 석유, 철강, 기계제조업이 번성하고 있고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소림사, 랜드마크인 푸시산 스카이워크, 정저우대극원 등을 보유한 문화도시인 만큼 향후 울산의 산업과 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으로 연계해 활발한 교류를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칭다오간의 협력방안도 내놨다. 김 시장은 "관광도시인 칭다오는 중국 11위의 거대 도시며 중국의 작은 유럽으로 불리고 있는 도시다"며 "주요 산업으로는 울산처럼 자동차,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의류, 기계, 철강, 선박산업이 발달해 있어 앞으로도 경제, 인문,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칭다오 맥주를 활용한 국제맥주축제는 세계 4대 맥주 축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며 "축제 성공 사례를 분석한 뒤 울산의 공업축제에 접목시켜 공업축제 또한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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