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 직권조사 검토…군 보낸 부모 '속앓이'

      2024.05.30 16:24   수정 : 2024.05.30 16: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강원 인제군의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32사단 훈련병, 21사단 장교, 공군 초급 간부 등이 연이어 사망하자 군에 자녀를 보낸 가족들은 사이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인권위, 직권조사 검토
인권위는 지난 23일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후송된 훈련병 A씨가 이틀 후 사망한 사고에 대한 현장 조사를 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는 "다음달 4일 인권위 군인권소위원회(군인권소위)에서 사안을 심의한 후 의결되면 직권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직권조사는 피해자 진정 접수가 없어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요할 경우 조사하는 행위다.


군당국이 지난 28일 부검한 결과 A씨에게서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해당 증상은 과격한 운동 및 체온 상승으로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을 뜻한다. 아울러 지난 2014년 4월 경기 연천에서 구타·가혹행위로 숨진 고(故) 윤일병의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20㎏ 정도의 완전 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등 얼차려를 받은 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다음달 4일 열리는 군인권소위는 인권위법 제13조2항에 따라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사안을 심의한다. 통상 소위 구성 인원이 3명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만장일치를 받아야 의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위원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경우 11명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에서 재적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군에 자녀 보낸 가족의 '두려움'
이번 훈련병 사망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32사단 훈련병, 21사단 장교, 공군 초급 간부 등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군대에서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군에 아들을 보낸 가족들은 두려움을 호소한다.

실제 군 위문 홈페이지 '더캠프'에는 군대를 보낸 자녀들을 걱정하는 게시글과 숨진 훈련병을 애도하는 내용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훈련소에 아들을 보낸 지 2주된 한 부모는 "피가 거꾸로 솟고 입에서 내뱉는 욕설과 저주가 부질없는 걸 안다"면서도 "(아들을)집에 데려오고 싶다"고 했다.

동생이 숨진 훈련병과 같은 날 입대했다고 밝힌 B씨는 "사망한 훈련병이 쓰러지는 모습을 제 동생 포함 동기들이 봤다고 한다. 가슴이 아프다"며 "근육이 녹아 쓰러져 죽을 만큼 그 훈련병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냐"고 적었다.

숨진 훈련병의 장례식장을 알리는 글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누리꾼들은 "책임자들이 법대로 처벌받도록 지켜보겠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입대 중인 아들을 생각하면 남 일 같지 않다"며 비통해했다.

사망 사고와 관련해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또래 훈련병을 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 조모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온 귀한 목숨들을 국가가 죽인 게 아니고 무엇이냐"며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