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배구조 리스크 우려… 사업 재편 작업 빨간불

      2024.05.30 18:15   수정 : 2024.05.30 18:15기사원문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며 1조3800억원 지급 판결을 내리면서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최종 판결이 아닌 데다가 금액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최 회장이 SK(주) 등 주요 보유 지분 매각 대신 주식담보대출 등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칫 SK그룹이 추진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주)를 비롯한 주요 상장 주식 총액은 2조555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로서 17.73% 지분을 보유한 SK(주)가 대부분인 2조514억원이다.

이날 법원 판결을 양측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다른 계열사 주식은 보유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SK(주)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게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1조3800억원을 현재의 주식가격으로 환산하면 11%가 넘는 지분비율이다.
문제는 SK(주)는 SK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로 지분 매각시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SK(주) 주주현황을 보면 최 회장이 17.73%를 보유한 것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은 25.57% 수준에 불과하다.

최 회장이 SK(주)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게 될 경우 SK그룹 경영권 박탈을 시도했던 소버린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은 SK 지분을 15%까지 늘리며 지난 2003년 8월 최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2004년 3월 SK주총에서 최 회장이 승리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금액 지급을 결정하더라도 SK(주) 주식을 그대로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혹시 금액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주식 매각 보다는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SK그룹이 배터리, 수소 등에서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리스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주)의 2023년 연결기준 투자규모는 22조원으로 SK하이닉스를 포함하면 30조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요 신규사업에서 가시적인 투자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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