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새 관광 명소 영랑호 부교·대관람차 철거 속탄다

      2024.06.02 16:00   수정 : 2024.06.02 16:00기사원문
【속초=김기섭 기자】연간 관광객이 2500만명을 넘어서는 국내 대표 관광지 속초시가 영랑호 부교와 대관람차 등 관광시설 철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관광객들에게 속초를 즐길 수 있는 관광시설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지만 생태계 파괴와 불법 건축물 등의 논란이 제기되면서 철거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우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지만 소송으로 번질 경우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2일 속초시에 따르면 민선 7기 전임 시장 재임 시절인 2021년 26억원을 투입해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총길이 400m, 폭 2.5m의 부교를 개통하고 이름을 '영랑호수윗길'로 지었다.

국내 대표 석호(潟湖)인 영랑호 위를 산책하며 다닐 수 있는 '영랑호수윗길'이 생기면서 지난해 관광객 64만여명이 찾았고 속초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하지만 건설 추진 초기부터 제기됐던 생태계 파괴 논란에 결국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부교 설치를 반대해 오던 환경단체가 속초시가 부교 개통을 강행하자 주민소송을 제기,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법원은 2022년 10월 조정 결정을 통해 해양환경 조사를 향후 1년간 실시, 사업 이전 현황으로 회복되지 않거나 악화되면 부교 철거를 포함한 조치를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한 해 동안 영랑호 일대에서 부교 설치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그 결과 수생태계의 장기적 측면에서 부교 철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속초시는 해당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부교 철거시기와 이후 생태보호 방안을 환경단체와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영랑호 인근 상인들이 이같은 결정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부교 철거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영랑호 주변 음식점과 카페 등 56개 업체 대표로 구성된 영리단길번영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연간 60만명 이상이 찾는 속초 대표 명소인 영랑호 부교가 사라지면 주변 상가들의 극심한 영업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혈세로 지어진 영랑호 부교를 무조건 철거하기보단 인간과 자연이 같이 공존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부교와 생태계 공생 방안을 제안했다.

민현정 속초시 관광과장은 "철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환경단체와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환경단체들이 내년까지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대안이나 대체 사업을 논의한 후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속초해수욕장 입구에 위치한 대관람차 '속초아이'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2022년 민간사업자가 92억여원을 들여 대관람차 1대와 4층 규모의 테마파크 1개 동을 지었고 개장 이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으며 관광 명소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행정안전부 감사에서 각종 위법사항이 확인되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

대관람차가 들어선 곳은 위락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자연녹지인데다 대관람차를 오르내리던 탑승장은 공유수면을 침범하는 등 각종 위법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일반 건축물임에도 가설 건축물로 신고된 건축물에 2만2900볼트의 특고압 전기 설비가 설치되는 등 특혜 의혹까지 일었다.

이에 속초시는 원상회복 처분을 예고하고 대관람차 측과 대화를 진행해 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현정 속초시 관광과장은 "감사에서 위법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행정 처분 대상이고 지금 시점에서 사후 치유는 어렵다"며 "당장 철거는 되지 않겠지만 소송을 통해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 명소가 없어진다는 주민들의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속초해수욕장을 사계절 관광지로 꾸미고 있고 올해 백사장에 미디어 아트를 구현하는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고 말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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