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사주' 이 팀장, 숭례문에도 시도

      2024.05.31 12:56   수정 : 2024.05.31 12: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복궁 담장 낙서 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일명 '이 팀장'으로 불린 총책과 함께 불법 사이트 운영을 도운 공범 등 4명을 검거했다. 총책의 지시로 숭례문을 대상으로 낙서를 하려고 했으나 실제로 행하지 못한 공범도 붙잡았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불법사이트 운영자 강모씨(30)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2일 검거해 이날 검찰에 구속 상태로 넘겼다.

또 강씨의 지시대로 경복궁 담장에 실제 낙서를 한 10대 2명에게 대가를 송금하고 강씨의 불법 사이트 대행 결제를 방조한 피의자 A씨(19)를 검거해 함께 송치했다. 아울러 숭례문 등 대상으로 낙서를 예비음모한 공범 B군(15)과 불법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거나 대포통장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준 C씨(21) 등 20대 남성 3명을 추가 검거해 수사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로 2억5000만 수익
강씨는 지난해 10월께부터 C씨 등과 공모해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도메인 5개와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 도메인 3개를 구축하고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이트 배너에 다른 불법 사이트들의 광고를 올려주고 그 대금으로 약 2억5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경복궁 낙서 범행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바이럴마케팅(입소문 광고)' 해 광고대금 수익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10일경부터 텔레그램 상에서 문화재 낙서 훼손을 실행해줄 공범을 물색했다.

실제 낙서를 실행에 옮긴 임모군(17)과 김모양(17)과는 별개로, 또다른 미성년자에게도 낙서를 교사한 정황도 드러났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14일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B군에게 숭례문과 경복궁 담장, 광화문 세종대왕상 등에도 낙서훼손을 지시했으나 B군이 겁을 먹고 중도에 포기해 실패했다. B군은 문화재보호법 예비음모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를 통해 강씨가 불법 사이트 운영을 통해 저지른 범죄도 드러났다. 강씨는 사이트 운영을 통해 불법 영화 등 저작물 2368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불법촬영물 9개, 음란물 930개를 배포해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강씨에게는 저작권법(저작재산권 침해), 성폭력처벌법(카메라등 이용 촬영·반포 등), 아동청소년법 위반(영리목적 성착취물 배포), 정보통신망법(음란물 유포) 등 혐의도 적용됐다.

■가짜 증거에 해외 도피도 계획
강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만을 이용해 불법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텔레그램에서 결제 대행업을 하는 피의자 A씨 등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서버 임대 비용 등을 지출하거나 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꾸기도 했다.

낙서를 실행한 임군 등이 경찰에 붙잡히자 강씨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자신이 임군에게 송금을 지시한 것인지 알 수 없도록 조작된 증거를 A씨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제출하게 했다. 올해 2월께에는 C씨에게 지시해 텔레그램 공개대화방 등에 '본인이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긴급체포됐다"는 허위 소문을 유포하기도 했다. 강씨는 지난달에는 여권을 발급받아 태국, 일본 등으로 해외 도피를 계획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달께부터는 연고가 전혀 없는 전남 여수로 잠적했다. 경찰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프로파일링, 해외 수사기관과의 국제 공조 등을 통해 강씨의 위치를 특정했고 여수의 한 숙박업소에서 강씨를 붙잡았다.

강씨는 경찰 조사 결과 사기 등 전과 8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검거 후인 지난 28일 경찰 조사를 받다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요청해 오후 1시 50분께 흡연을 끝내자마자 도주하기도 했다. 그는 도주 약 2시간 만인 오후 3시 40분께 인근 교회 건물 2층 옷장에 숨어 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그가 도주 당시에도 수갑을 차고 있었으나 마른 체구를 이용해 도구도 쓰지 않고 2시간여 동안 수갑에서 차례차례 손을 빼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손이 수갑에 베여 찰과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 등에 대한 공범과 여죄 및 범죄수익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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