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2024.06.01 06:00   수정 : 2024.06.01 10: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존 지구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꼽힌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축구계에 획을 그은 사내가 있으니 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메시와 호날두가 신의 축복을 받은 축구 천재라면 '상남자' 즐라탄은 축구와 축구의 신마저 굴복시킨 초강력 에고이스트다.

경기장에 들어서며 시가를 피우거나, 은퇴 경기에서 야유하는 원정팬들에게 "계속 야유해라. 지금이 당신의 생에서 나를 보는 가장 위대한 순간이다"며 야유를 잠재워 버렸다. 온라인에는 즐라탄과 관련한 각종 밈과 댓글이 유행인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안타깝게도 즐라탄입니다." 암세포는 오열했다. (암세포도 즐라탄을 이길 수 없다는 뜻.)
"떠들거면 나가서 떠들어." 즐라탄이 선생님에게 말했다.

그레이엄 벨이 마침내 전화기를 발명했을 때 즐라탄에게서 부재 중 전화 2통이 와있었다.

이민자 출신으로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즐라탄은 18세에 상남자로 살아갈 결심을 한다. 그는 "나 같은 놈이 존중을 받기 위해선 더 강해져야 한다. 강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아마 그런 즐라탄이라도 전재산을 걸고 주식을 했다면 겸손을 배웠을 것이다. 사족이긴 하지만 실제로 즐라탄은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AC밀란 선수시절 스포츠 도박회사 주식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선수생활이 끝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즐라탄을 언급한 것은 주식시장의 무서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가 뛰었던 UFC는 과거에 '무규칙' 격투기로 시작됐다. 글로브도 없이 맨손으로 싸우고, 박치기도, 급소 차기도 허용됐다. 최근에는 안전을 위해 위험한 기술에 대한 금지 규정과 체급 규정도 만들었다. 전세계의 욕망이 교차하는 주식시장은 '합법적인 오징어 게임', '체급과 급소 차기도 허용되는 자본주의 UFC'인 셈이다. 아무 노력도, 아무 공부도 하지 않고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은 항공모함을 보유한 다국적 군에 구명조끼 하나 없이 바다로 다이빙 하는 것과 비슷하다.

주식 시장의 냉엄함과 무서움을 풍자한 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영상도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박철현씨는 "저는 뭐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 버는 걸 좋게 생각 안 해요. 왜냐면은 저는 땀 흘려서 번 돈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라고 운을 뗀다. 이어서 그는 주식하는 사람이라면 '불알(표준어임)'을 탁 치고 갈만한 펀치라인을 날린다.

"근데 최근에 주식 한번 해보고 깨달았어요. 땀 'ㅈㄴ' 나던데요."


필자 역시 혈혈단신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몇 년을 버텨오며 겸손을 강제로 주입 받았다. 경험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몇 년전 유튜브로 주식 관련 영상을 보던 중 종목 하나를 알게 됐다.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을 3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쉽게 말해 한국의 코스피 상위 50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고 이를 3배 비율로 추종하는 '중국판 코스피 50, 3배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해당 종목의 주식 가격은 2018년 당시 900달러를 넘었으나 필자가 처음 인지했을 때는 50달러 부근으로 고점 대비 거의 95%나 빠져있었다.

나름으로 검색과 서치를 해보니 YINN이 900달러에서 300달러, 200달러 부근까지 내려왔을 때 국내에서도 해당 상품을 저가에 담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50달러 부근까지 떨어진 당시에는 개미들의 시체조차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언급량이 적었다. 명실상부 G2 국가에다, 14억명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보유한 중국인데 더 빠질데가 있나 싶었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수요가 회복되면 당연히 중국 증시도 오르겠다 싶었다. 거기에다 (주식 시장에서 언제나 손해만 보는) 개미들의 관심에도 멀어져 있으니 이때다 싶었다.

50달러에서 70달러 부근에서 꽤 높은 비중으로 YINN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닥이려니 싶었던 YINN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계속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YINN의 수익률이 1000% 후반이 찍혀 있었다. 갑자기 중국에서 황금이나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건가?, 상한가 하한가가 없는 미국 주식 시장의 힘이 이런 것인가? 등 망상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끝 모르고 떨어지던 YINN의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기존 주식 20주를 1주로 합치는 일이 발생하고, 시스템 상에서 오류가 난 것이었다. 이후 YINN 주가는 필자 구입 평단보다 70%가까이 하락했고 더는 멘탈의 끈을 버틸 수 없었던 필자는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인 그 꼴 보기 싫은 종목을 손절처리해 버렸다. 2015년 당시 1300달러에 달했던 YINN의 1주의 현재 주가는 26불 정도로 지난 10년 동안 98% 하락했다. "지하실 밑에 맨틀 있고, 맨틀 아래 핵 있다"는 말은 참말이었다.


겸손은 힘들다?..하지만 겸손해 진다


주식해서 돈 버는데 멘탈이 뭐가 중요해, 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지도 모른다. 숫자로 나오는 재무분석, 과거 패턴을 통한 차트분석, 매크로 경제 분석 및 예측, 종목에 대한 공부와 뉴스 보기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다. 주식해서 돈 버는데 멘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멘탈(마인드)'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수많은 요소가 있지만 주식과 직결되는 멘탈은 겸손, 인내심, 평정심과 확신(원리원칙 고수), 실수에 대한 빠른 인정, 상상력 등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겸손을 언급하는 것은 개미투자자가 갖추기 가장 쉬운 덕목이 겸손이기 때문이다. 서두에 "주식시장은 즐라탄도 겸손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MBTI가 'ENTP'인 필자는 종교가 없다. 논리적으로 증명불가능한 신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실수라고 인정하지만 비트코인 광풍이 불 때도 이해 불가능하고 설명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트코인이 금, 부동산, 주식, 그림처럼 부자들의 가치저장 수단 포트폴리오가 됐으며 금융시스템도 비트코인의 '쓰임새(usefulness)'와 상관없이 '가치(value)'를 부여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수사당국의 검열 강도가 높아지는 현재 스위스 은행과 세계 각지의 조세 피난처에 은닉 자산을 숨기거나, 기존 금융 시스템의 값비싼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는 훌륭한 디지털 골드다. 전세계의 마약상, 그림자 금융의 돈을 세탁해주고, 세탁한 자금 일부가 다시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정치권에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로 미친듯이 증가하는 달러 유동성과 부채 거품을 터는데에도 비트코인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흘러들어간 자금이 어느날 모종의 사태로 10분 1로 가치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시중의 화폐(유동성)이 증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겸손 이야기로 돌아오자. 필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던 10대 시절,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겸손'은 '위선'이거나 '위장'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성공을 이룰만큼 충분히 똑똑하고 능력있는 그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이 더 훌륭해 보이는지 잘 알만큼 영리할 것이고 그들에게 '겸손'은 확실히 '거만'보다 좋은 옵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살아보니 '겸손'이라는 덕목은 노력이 필요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어서 무언가를 알게 되면 필수적으로 따라 붙게 되는 불가결한 것임을 알게됐다. 예를 들어 자연수밖에 모르는 어린아이가 공부를 통해 유리수와 허수를 배우게 되면 자신이 이전까지 모르고 있던 세계가 얼마나 더 있을지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고전물리학을 다루던 과학자들이 기존과 전혀 다른 양자역학의 세계를 열었을 때 그들의 지식의 지평은 더 커졌지만 그들이 몰랐던 무지의 지평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펼쳐졌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젊은 시절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석학, 천재들이 삶의 임종을 앞둔 마지막 시기에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 조차도 배움과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면 신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고, 5년 정도 주식을 하면서 나름 생긴 개똥철학이 있다. 바로 '아는 척 보다 모르는 척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아는 척은 뭘 잘 모를때나 하는 것이고, 모르는 척은 뭘 좀 잘 알 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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