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도 못 막은 4050 엑스틴 세대의 골프 열기...올해 1분기에만 '1561억' 넘게 썼다
2024.06.03 05:59
수정 : 2024.06.03 0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물가 상승 여파로 1분기 소상공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 업종 매출액은 같은 기간 7% 넘게 상승했다. 가족과 자녀는 물론, 자신을 위한 소비도 아끼지 않는 4050 ‘엑스틴(X-Teen)’ 세대의 선택을 받은 영향이다. 실제로 이들은 올해 1월~4월에만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에서 1561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본지가 현대카드에 요청해 받은 지난해 1·4분기와 올해 1·4분기 연령대별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 매출액 및 건수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 연령대(20대 이하~60대 이상) 골프장·골프연습장 매출액은 2306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액(2145억7000만원) 대비 7.5% 상승한 수치다. 올해 1·4분기 매출 건수 또한 267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238만8000건)보다 12.1% 급증했다.
특히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1970년대생 엑스틴 세대가 골프 업종 매출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엑스틴 세대의 골프장·골프연습장 매출액은 1561억2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전 연령대 매출액의 67.7%를 차지했다. 이들의 전년 동기 매출액은 1453억1000만원으로 나타나 1년 새 7.4%의 성장폭을 기록했다.
매출 건수 측면에서도 엑스틴 세대의 화력이 압도적이었다. 올해 1·4분기 이들의 골프장·골프연습장 매출 건수는 180만9000건으로 같은 기간 전 연령대 매출 건수의 67.6%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같은 세대의 매출 건수(161만3000건)보다 12.2% 증가한 수치다.
엑스틴 세대들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꼽힌다. 통상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에 태어난 세대)부터 경제력을 축적한 세대로 거론되는데, 4050 엑스틴 세대들의 경우 훨씬 탄탄한 직장을 토대로 은퇴 후의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퇴가 시작된 엑스틴 세대들 중 경제적 걱정이 별로 없는 사람은 은퇴 준비 과정에서 스포츠를 많이 즐긴다"며 "고등학생 자녀들의 대학 진학이 임박해 시간적 여유가 많은 주부들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골프 시장이 '엑스틴 수혜'를 본 것에서 알 수 있듯, 엑스틴 세대의 소비시장 점유력은 향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주머닛돈'을 모아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과 달리 엑스틴 세대들은 '척척' 소비하는 특성을 보이고, 시간적인 여유도 많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수박 겉핥기식' 소비가 아닌 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소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엑스틴 세대들의 영향력에 따라 성장세가 관측되는 업종으로는 △국내 및 해외여행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이 제시됐다.
한편, 골프 업종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던 시기 나머지 업종은 고물가 영향을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신용데이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2024년 1분기)'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소상공인 사업장 당 평균 매출은 4317만원으로 전년 대비 7.7%, 전 분기 대비 1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상공인 사업장의 평균 영업이익 또한 91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전 분기 대비 5.3% 하락했다. 외식·유통업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